오월 미술관 초대전 <太會 _ 먼 길 돌아온>, 매우 오랜만에 단행한 문화정서 생활.
작년 홍규 형 전시회에 다녀온 이래 처음이다. 
석공 강태회 작가가 돌에 새기는 오백나한, 우선 마흔두 분을 선보이고 있다. 

나는 강태회 작가와 약간의 인연이 있다. 
술자리에서 나를 본 작가의 첫마디는 "잘 생겼다, 멋지게 생겼다"였다. 
돌부처 같다는 건지..
잘 생겼다 말하는 그의 잣대가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좌우튼 기분은 좋았더랬다.   
잘 생겼다는데.. 

나와 똑  닮은 나한상이 있다는  말에 이튿날 아침 그의 작업실로 갔다. 
그 냥반이 이 냥반이다. 이 냥반이 나를 닮았다고?  음.. 대처나.. 
술잔 걸치기 좋은 도톰한 아랫입술과 짝눈이 닮았다.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좋다. 
옆에 모셔두고 그 미소 따라 배우면 곱게 늙는다 소리 듣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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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 한 분 들여다보자니 이 냥반들이 정녕 돌부처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따스하고 친근한 생기가 흐르는데..
그 옛날 돌을 떡 주무르듯 했다는 고구려, 백제, 신라 석공들의 솜씨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한다. 
내 눈에는 강 석공의 솜씨도 다를 바 없이 빼어나다. 

스승과 제자일까? 외약짝은 쏘크라테슨가?
"니 자신을 알라"는 주문에 걸린 듯 제자는 오만 상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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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냥반의 기품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위압적이지 않은..
미래를 꿰뚫어 보는 혁명가, 우국지사의 풍모..

이 냥반은 우리 동네 할매 같다. 

이 냥반 앞에서는 입이 벌어진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아~ 진짜..

석공을 꼭 닮았다. 
그림이면 자화상일 텐데 이건 뭐라 하나? 자각상인가?
강태회 작가는 강희맹, 강희안의 후손이라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 을지문덕과 함께 전장을 누비던 장수가 할아버지라고..
피는 못 속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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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는 고창사람 이종욱, 석공 강태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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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문화생활 한 번 누려보시라. 
오월 미술관은 광주 옛 도청 근방(문화전당로 29-1)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