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운곡습지에서 새를 기다리다가 문득 나비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기다리던 새는 작파한 채 나비만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날 이후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격하게 활강하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이 나풀거리기도 하는 나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되었다. 
풀밭만 봐도 나비 없나 들여다보고 어디에 가야 나비가 많을까, 이 동네에는 무슨 나비가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도감을 사야 되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인터넷 정보에 의지하는 수밖에..
아무튼 나비가 좋아졌다. 틈 나는 대로 나비하고 놀아볼 작정이다.

 

 

 

 

나비에 관한 첫 이야기는 먹그림나비로 해볼까 한다.
이런 나비도 있었나 하고 열심히 들여다보다 보니 예전에도 똑같은 장면을 본 적이 있었지 않은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름처럼 손이라도 대면 먹물이 잘칵허니 묻어날 듯한 날개 안쪽의 무늬가 고혹적이다.
그런데 이 녀석 어디다 빨대를 꽂고 있는가? 
이슬이나 받아먹고 이쁜 꽃에 앉아 꿀을 빨아먹을 줄 알았던 나비가 냄새나는 짐승 똥에다 빨대를 박고 정신없이 빨아대고 있다. 
이 녀석뿐만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나비들이 이짝 저짝에서 똥 빨아대느라 여념이 없다. 
요샛말로 "깬다", 아니 "쩐다"고 해야 맞나?
똥의 무엇을 빨고 있는 건지는 차츰 알아갈 일이지만 나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도 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날개 안쪽은 또 영판 다르다. 
뭐라 해야 하나.. 빛 받는 방향에 따라 날개가 찬란하게 반짝인다. 

 

먹그림나비(나비목 네발나비과). 5월 중순∼6월 중순, 7월 하순∼8월 연 2회 출현한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흔한 나비.

먹그림나비(나비목 네발나비과). 5월 중순∼6월 중순, 7월 하순∼8월 연 2회 출현한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흔한 나비.
남부지방에 흔한 나비이고 나도밤나무를 기주식물로 삼고 있다고 쓰여 있다. 
나도밤나무라.. 내가 나도밤나무를 알고 있나? 우리 동네에 흔하게 있나? 알쏭달쏭하다. 
기주식물이라 하면 애벌레가 주로 서식하는 나무라는 건가? 
수컷이 짐승 똥이나 석은 과일에 잘 날아든다 하니 이 녀석도 수컷일까?
알아볼 것이 많다. 아무튼, 나비! 매력적인 녀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