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2021.03.27만주바람꽃을 보러 갔었네, 12년 만에.. 실로 오랜만이라 마음이 둥실거렸어. 발걸음도 가볍게 골짝에 들어섰지. 능선에 걸린 해가 빛을 뿌리고 있었고, 그 빛을 받은 꽃들이 반짝이고 있었지. 오늘은 개짜 띠고 그냥 별꽃이라 부르자 마음먹었네, 이쁭게.. 해는 설핏 넘어가 버리고 골짝에는 돌연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 꽤나 차가운 바람이었어. 허나 만발한 꽃들이 있어 나는 춥지 않았네. 금괭이눈과 하얀 (개)별꽃, 종도 깔도 다르지만 나란히 피어 어우러졌네. 골짝을 거슬러 올라 만주바람꽃을 만났어. 아~ 그란디 내 한 발 늦었군.. 이미 지고 있었어, 때를 맞촤 온다는 것이.. 미안하다 꽃들아. 혹 게으름뱅이라도 있을까 샅샅이 뒤졌어. 일제히 피었다 한결같이 지고 있네. 부지런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12년..
봄
봄
2021.03.21어제는 종일토록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바람이 분다. 꽤 살쌀하네, 어디 눈이라도 오나? 좌우튼 봄이다. 산과 들에도 봄내음이 물씬.. 조동 아짐 교회 가시네. 귀 어두워 아무 소리도 못 듣는 냥반이.. 그냥 앙겄다 오시는갑다. 봄이 왔으되 나물 캐는 봄처녀가 없다. 그래도 꽃들은 앞다퉈 핀다. 게으른 농사꾼 트럭은 봄이 왔어도 할 일이 없네, 산수유 꽃그늘 아래.. 녹물이 튀었나? 멀리서 봐야 이쁘네. 아니 땐 귀뚝에서는 냉갈이 나지 않는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있기는 한가? 담벼락에 기대어 해바라기 하는 듯, 오누이 같다. 저런 여동생 하나 있었으면.. 홍매도 아니고 청매도 아니고 어중간허다. 검은 고양이, 이름이 먹물이라네. 들고양인지 알었드만.. 다시..
고창 갯벌, 동죽 예찬
고창 갯벌, 동죽 예찬
2021.03.13동죽은 바닷조개다. 보통은 00조개, **조개 하는 이름이 붙는데 그 이름이 좀 특이하다. 그리 말하고 나니 바지락, 가리비, 가무락.. 특이한 이름이 도처에 깔렸네. 헌데 바지락, 가리비는 귀에 익숙한 데 반해 동죽은 다소 생소하다. 동죽은 고창 갯벌에서 많이 난다. 고창 바닷가 사람들은 갯벌을 '갱번이'라 부르는데 갱번이 농사짓는 사람들이 캐내는 수산물이자 농산물이다. 나는 동죽에 반했다. 이렇게 생겼다. 겉은 희고 통통하며, 알맹이는 토실토실하고 탱글탱글하다. 동죽의 식감? 바지락도, 가리비도, 그 어떤 조개도 따라올 수 없는 상큼함이 있다. 물총조개라고도 부른다는 데 우리 동네에서 부르는 이름은 아니다. 거의 완벽하게 해감되어 출하되니 다시 해감할 필요가 없다. 깔끔한 걸 좋아한다면 찬물에 여러 ..
토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토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2021.03.11봄이다. 천지간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간만에 일을 맡었다. 재 너머 사래 긴 밭, 쟁기질하러 간다. 밭이 꽤 크다. 심어놨던 호두나무 죄다 뽑아내고 잔디를 심는다 한다. 물론 임대한 밭이다. 땅주인은 따로 있다. 저만치 쬐깐한 밭뙈기 하나, 꼬부랑 할아버지, 경운기 털털거리며 밭을 갈고 있다.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누구여? 저 만각동 대종이요~ 오~ 대종이.. 내가 눈이 잘 안븨여 그나 자네 일도 바쁠거인디 욕 보네 트랙타가 심 쓰는디요 문.. 아이고메 그나 어찌고 경운기로.. 여가 길이 없네이, 기계가 못 들와 글고 이게 투기꾼 것인디 나보고 안 벌어먹으락 헌가.. 멫 년 묵었던 밭이여. 그리서 뭇 숭구실라고요? 들깬나, 뭇나.. 春來不似春, 봄은 봄이되 봄이 아니다. 토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 ..
구글 애드센스 이용약관 동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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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0먼 옛날 블로그를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찌어찌 구글 광고를 달아놓고 국제 우편으로 배달된 100달러짜리 수표를 받아본 적 있다. 촌사람이 신세계를 경험했던 것이다. 당시 다음 블로거 뉴스를 통해 이따금 방문자 대박이 터지곤 했더랬다. 한동안 블로그 관리에 용을 쓰다가 관심이 시들해지고 귀찮기도 하여 광고를 떼어내 버렸다. 최근 티스토리 관리자 페이지 개편 이후 한동안 잊고 지내던 구글 광고를 다시 달았다. 어언 3개월여 만에 수표 받을 시기가 박두하니 다시 관심이 고조된다. 설레는 마음에 뭐라도 좀 개선해 볼 요량으로 애드센스에 로그인하다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애드센스 이용약관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새 이용약관에 동의하세요." 헌데 아무리 찾아도 동의 버튼을 찾을 길이 없다. 별의별 짓을 다..
호남정맥 치마산(불재~염암고개)
호남정맥 치마산(불재~염암고개)
2021.03.10본래 명절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올 설은 참으로 별 재미없게 지나갔다. 코로나를 핑계로 두 딸은 오지 않았고 아들 녀석과 단출하게 차례상을 차렸더랬다. 그렇게 설을 보내고 아들 녀석을 꼬드겨 한나절만 타기로 하고 호남정맥으로 갔다. 어느새 한 달이 되어간다. 정맥을 좀 더 잇고 싸잡아 기록을 남기고자 했으나 영 틈을 내기가 어렵다. 지금이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잊힌 산행이 되기 십상이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는디.. 불재 고갯마루는 좌우로 몹시 어수선하다. 사람 손을 많이 탔다. 걸음을 서둘러 잠시 오르니 약간의 조망이 터진다. 시작은 언제가 지나온 길 돌아보는 것부터.. 고래 뿔은 어디로 갔을까? 가야 할 길을 가늠한다. 저기까지만 가면 되겠다. 치마산이다. 들어보지 못한 산 이름, 봉우리에 올라가서야 "..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
2021.03.04강원도에 폭설, 우리 동네는 폭우.. 강원도에 가고 싶었지만 이제 늙었다. 지리산에는 눈이 내렸겠지? 아직 동트지 않았으나 신새벽이라 하기에는 늦은 시간, 지리산에 안긴다. 물소리 요란한 백무동, 봄기운 완연하다. 어제 내린 비로 여기저기 생수가 터져 사방팔방 물이 흐른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길은 거슬러 오른다. 그란디 내려올 때 보니 물이 길을 열고 길은 물 따라 흐르더라. 그때그때 다르더라. 1,300~1,400m 사이에서 상고대가 나타난다. 눈은 내리지 않았다. 행전까지 챙겼는데.. 라면 끓여 배를 채운다. 아무도 없다, 명색이 장터목인데.. 가는 날이 장날이랬는데 오늘은 아닌갑다. 짙은 운무만이 오락가락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제석봉 오르는 길, 일순 운무가 걷히고 파란 하늘에 태양이 빛난다.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