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가는 길, 금남호남정맥이 지나는 진안과 장수의 접경, 섬진강의 발원지가 있는 데미샘에 간다. 

익산-장수간 고속도로에서 진안 나들목으로 나와 백운면 소재지를 지나 굽이굽이 찾아든 곳은 백운면 원신암마을 위쪽에 조성된 선각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진기를 챙겨 길을 나서니 오후 1시

정각이다. 
오늘도 역시 먹을거리를 챙기지 못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휴게소에서 사먹은 호두과자 3천원어치가 전부인데 잘 버텨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한번 거른 끼니는 죽드락 찾아먹을 수 없다 했거늘.. 

데미샘 물로라도 배를 채울 요량으로 빈 물병을 하나 챙겼다. 



데미샘으로 향하는 숲길은 편안하고 쾌적하게 조성되어 있다. 

시원함을 넘어 다소 쌀쌀한 가을 바람이 끊임없이 숲을 헤치고 지나간다. 

매미소리가 사라진 숲, 계곡 물소리조차 희미해지자 바람소리, 낙엽밟는 소리만이 우렁차게 숲을 울린다. 

어느새 가을도 저물어간다. 



데미샘에 당도하였다. 

데미샘은 작은 옹달샘이다. 그 샘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다. 

작은 물줄기가 샘을 넘어 바위 사이로 쫄래쫄래 흐르고 있다. 

이래 시원찮해 보여도 500리 섬진강 강줄기의 시원으로 인정받는 것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물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작은 물방울 하나에 이름을 박아넣어 표시해둘 수 있다면 그 물방을 하나가 강이 끝나는 하구에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도달할 수는 있는 것일까? 여기 이 샘이 사라진다 한들 섬진강은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 시원으로서 이 샘이 가지는 의미는 무얼까?

세상살이의 시작과 끝을 생각한다.

공연한 상념이다. ㅎㅎ

물 한병 담아들고 다시 길을 나선다. 



샘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는 단풍나무들이 제법 있어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어 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작은 능선에 도달하고 그 능선을 치고 오르니 정맥 마루금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팔공산에서 뻗어오는 정맥길이다. 그리고 이 삼거리가 바로 이름도 찬란한 '천상데미', 하늘 위의 봉우리라는 거룩한 이름을 지녔지만 딱히 봉우리라고 보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평범하기 짝이 없다. 

긴 의자 하나 놓여 있어 쉬어가기 편하다.



용담 한촉 외롭게 피어 있다. 산행 전체를 통틀어 단 한개체를 보았을 뿐이다. 



능선은 이렇게 편안하게 이어진다.  

작은 참나무들이 들어차 있어 시원한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계치 고갯길이 가차와지는지 내리막이 시작되고 고개 건너편 새로운 오름길과 전망대가 올려다보인다. 

내리막길에서 보는 건너편 오르막은 "저 깔끄막을 또 어찌 올라가지?" 하는 공포를 자아낸다. 

 



오계치 고갯길에 당도하였다.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의 중간지점쯤 된다. 

고개를 넘어가면 장수읍 와룡휴양림이다. 



고갯길에서 바라본 전경, 팔공산 산줄기가 수줍어보인다. 

가을 분위기를 내는데는 역시 억새만한게 없다. 전체 산행길 가운데 억새가 있는 곳은 단 한곳, 여기 뿐이다. 



고개 넘어 장수 방향, 산 아래 와룡휴양림이 보이고 저 멀리 지나는 익산-장수간 고속도로가 가늠된다.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전망대보다 전망대 앞 바위가 좋다. 

하염없이 산을 바라보기 좋은 바위다. 

이번 산행길에서 시원한 조망이 허락되는 유일한 장소, 명당자리 찾는 풍수쟁이들이 말하는 혈자리와 같은 곳이다.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우뚝 솟은 선각산 정상이 올망졸망한 뭇 산들을 거느리고 있다. 



저 멀리 팔공산 산줄기 넘어 보일락말락 희미한 산줄기는 지리주릉인 듯 하다. 

가을이 물들어가는 겹겹의 산자락들이 발 아래 펼쳐져 있다. 


여기서 선각산 정상까지는 약 1.5km, 그러나 나는 선각산 정상을 밟지 못하였다. 

정상까지 갔다가 휴양림으로 내려서기 위해서는 700여미터를 다시 되짚어내려와야 하기에 몇번을 망설이다가 휴양림으로 빠지는 갈림길에서 산을 내려왔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으며, 심한 허기가 몰려왔을 뿐 아니라 이미 전망대에서 오늘 산행 최상의 조망의 즐거움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혹 기회가 된다면 백운동 계곡으로 들어가 덕태산과 선각산을 잇는 산행을 해보는 것으로 훗날을 기약한다. 



진안 백운면과 장수를 잇는 서구리재(서구이치) 고갯마루 부근에서 바라본 전경. 

우측이 선각산, 좌측 멀리 솟은 산은 내동산. 


1시 출발 5시 도착



사진보기 : 

2013/10/27 - [사진이야기] -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과 선각산의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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