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來天地皆同力        때를 만나 세상이 힘을 모았는데

    運去英雄不自謀        운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愛民正義我無失        백성 사랑하는 길에 허물 없으니

   愛國丹心誰有知        나라 위한 우국충정을 알아나 줄지

 

갑오년 2갑자, 농민군 전주입성 시기에 즈음하여 혁명정신 계승 전시회를 예정해놓고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박홍규 농민화가의 최근작. 

비장하게도 녹두장군의 절명시를 새겼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담담한 당부, 타는 듯한 눈빛이 시공을 가로질러 가슴에 박힌다.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김남주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사람
암울한 시대 한가운데 
말뚝처럼 횃불처럼 우뚝 서서
한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한 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던 사람
뒤따라오는 세대를 위하여 
승리 없는 투쟁
어떤 불행 어떤 고통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고
한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 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
우리는 그의 이름을 
키가 작다 해서
녹두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농민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수령이라 해서
동도 대장, 녹두장군
전봉준이라 부르기도 하니
보아다오 이 사람을
거만하게 깎아 세운 
그의 콧날이며 상투머리는
죽어도 풀지 못할 원한, 원한
압제의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죽어서도 감을 수 없는 저 부라린 눈동자, 눈동자에는
구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 
아직도 어둠을 되쏘아보며
죽음에 항거하고 있지 않은가
탄환처럼 틀어박힌 
캄캄한 이마의 벌판, 벌판
저 커다란 혹부리는 
한 시대의 아픔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한 시대의 상처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한 시대의 절망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