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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식량자급도 안되는데 수출농업, 관광농업이라니



민중의소리  2015-01-21


박근혜 대통령이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수출산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신년구상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3년차 농업 육성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 한다. “지난해 닦아놓은 제도적 틀을 바탕으로 쌀 관세화, FTA 등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닦아놓은 제도적 틀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약속은 한중 FTA를 위시한 무차별한 FTA 타결과 TPP 가입 추진, 쌀시장 전면개방으로 돌아왔다. 농민들은 이를 한국 농업에 대한 사형집행이자 식량주권의 완전한 포기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를 위기로 인식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기자회견 내용을 달리 표현하면 “쌀 관세화, FTA 등으로 인한 위기를 수출농업으로 돌파하자”는 것이다.

식량자급률이 세계최하위권인 나라가 수출농업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니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국내 시장은 수입 농산물에 넘겨주고 우리 농산물은 해외에 팔아먹자는 것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식량문제를 국가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른바 식량안보 정책을 펴는 마당에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발상인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위한 핵심 전략의 하나로 농업의 6차산업화를 꼽고 그에 따른 실천과제를 보고했다. 농업의 6차산업화는 1차산업인 농업에 유통, 제조, 서비스 분야를 접목 융합하자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관광농업 육성’이다.

농민으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가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농산물 축제, 체험마을 운영 등을 통해 소비자를 불러들여 판매하라는 것이다. 이를 미래농업이요, 창조농업이라 이름짓고 있다. 농민들이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결국은 농축산물 가공유통 분야에 대한 자본의 진출을 부채질할 뿐이다.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수출산업화란 결국 FTA, TPP, 쌀 관세화 등 농업통상 분야에서의 완전한 시장개방과 이에 따른 한국농업의 위기상황을 가리기 위한 그럴싸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아무런 효용성을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농민을 도산과 파멸로 몰아넣은 ‘수출농업’ ‘관광농업’ ‘규모화’ ‘첨단화’ 등의 철지난 구호를 또 다시 제창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앞뒤 재지 않고 달려왔던지 지나온 자리마다 해결하지 못한 숙제만 쌓여있다. 한중 정상이 손을 맞잡고 타결을 선언한 한중 FTA는 해를 넘기고도 여전히 법률적, 기술적 검토가 진행 중이며, 취임 첫해부터 가입 의사를 밝혀온 TPP 협상에는 참여조차 하지 못한 채 주위만 맴돌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쌀 관세율 513%는 미국, 중국 등 쌀 수출국들의 이의제기 속에 복잡한 협상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집권 3년차 수출농업, 관광농업으로 활로를 찾자는 허황된 언사로 농업에 대한 신년 구상을 밝힌 박 대통령에 대해 농민들은 그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는 청산과 극복의 대상이 된다. 국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