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인다. 

대간의 기원과 의미가 회자되기 시작하던 80년대 말부터 줄곧 흠모해왔다. 

그 길에 첫발을 내딛는다. 나이 50, 뭔가 기념비적인 일 한가지는 하고자 함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되새김질도 하고 새날을 그리며 사색도 하고, 몸 튼튼 마음 튼튼 두루두루..

서울에 살던 시절 저전거 타고 집에 내려오는 계획을 무수히 세웠더랬다.  

이제 더 이상 계획으로만 머무르지 않으리라. 

시작을 해야 끝을 볼 수 있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내딛는 첫걸음에 하룻밤 재워주고 새복길 달려 산청땅까지 실어다준 구례 사람 내외간과 지리산 종주길에 함께 한 순창 사람에게 감사디린다. 



대원사 골짜기를 거슬러 윗새재 마을까지 차로 올라가려 했으나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가 언덕을 못이겨먹는다.  

윗새재 마을을 2km가량 남겨놓고 걸어오르는 길 하얀 산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하늘은 맑고 조짐이 좋다. 





치밭목 산장 부근에 이르니 본격적으로 겨울산 분위기가 난다. 

산장에서 다리쉼을 하며 산장지기님으로부터 우려와 훈시와 격려를 받는다. 

그래도 하산 명령은 안내리시니 산장지기가 보기에도 그럭저럭 겨울산행 채비는 갖춰진 모양이다. 

정룡이 장갑만 빼고..




치밭목을 나서 몇발짝 옮기지 않아 눈조차 뜨기 힘든 무자비한 바람을 맞는다. 

길을 살필 여유조차 주지 않고 순식간에 몸이 얼어붙는다. 

수염 빠진 괭이마냥 더듬거리며 힘겹게 오른다. 

되돌아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 시작하는 찰라 불현듯 사람이 나타났다. 

"조난당할 뻔 했습니다" 내가 한 소리가 아니다. 

이 냥반도 수염빠진 괭이 신세로 산길을 더듬어 내려오고 있었던 게다. 

뒤이어 일행들이 나타나고 서로 안도와 격려 인사를 나누고 교차한다. 

비록 세찬 바람에 지나온 자취는 금새 사라졌을지라도 이 일행들과의 만남은 천왕봉에 이르는 내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다행히 산도 좀 얌전해지고 몸도 달아오르고 표지기도 잘 보이기 시작한다. 






써리봉 지나 중봉 지나 나무들 키가 낮아지고 드디어 천왕봉이 나타났다. 

꽤 험하게 올라왔다.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위용이고 뭐고 없다. 그저 세찬 바람과 돌무더기 뿐..

증거사진 한장 박어주고 몸 식을새라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장터목



취사장의 열기..

라면은 냄비에 끓여야 제맛이다. 




일출봉에 서니 거짓말처럼 해가 나타난다. 

일순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음.. 오늘 지리산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는군..







겨울 지리산의 위용이 점차 드러나고 감탄사가 연달아 터져나온다. 

피로가 물러나고 어디선가 새로운 힘이 마구 샘솟는다.  



촛대봉




세석고원에 황혼이 깃돌고 촛대봉 위로는 달이 떴다.  





해가 넘어가고 우리는 세석산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본래 벽소령 산장을 예약해 두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늦었다. 

공단 직원한테 일장훈시를 듣고 산장에 짐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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