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량주권과 쌀생산자협회 출범




민중의 소리



농식품부가 식량자급률이 상승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해 양호한 기상여건과 가격호조로 생산량이 증가하여 식량자급률이 24%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년 대비 0.7% 상승했다. 농식품부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식량자급률 상승을 홍보하니 마치 무슨 대단한 정책과 노력의 결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양호한 기상여건은 우연적 요소일 뿐 노력의 결실이 아니다. 하물며 가격호조는 얼토당토않다. 박근혜 정부 들어 거의 모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심지어 반토막이 난 조건에서 농민들은 여전히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적자영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쌀값하락으로 4년만에 변동직불금까지 지급되었는데 무슨 가격호조를 입에 올리는가? 후안무치의 극단을 보여준다.


지난 2011년 정부는 2015년까지 식량자급률을 3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자급률은 27% 수준이었다. 진실을 말한다면 정부 계획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식량자급률은 3%가량 하락한 것이다. 그간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오히려 무분별한 FTA를 남발하였고 쌀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였으며 이제는 TPP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 나라의 식량자급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농축산물의 시장개방 폭이다. 값싼 외국농산물이 시장에 넘쳐나는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개방 폭을 더욱 확대하면서 날씨나 좋기 바라는 한심한 정부 아래서 식량자급은 도무지 기대할 수 없다. 마지막 남은 쌀마저 포기하여 나라의 식량주권을 송두리째 팔아넘기려 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제 전북 익산에서 전국쌀생산자협회(이하 쌀 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쌀 전업농을 비롯한 기존 생산자 조직이 정부 입김에 놀아났다면 쌀 협회는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전국 쌀 농가의 자주적 품목조직으로 출발했다. 쌀 협회의 출범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쌀은 한국농업의 마지막 보루이자 식량주권의 핵심요소이다. 식용쌀 수입을 막아내고 생산비를 보장받자는 농민들의 외침은 그 자체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으로 된다.


그런데 정부는 쌀 협회의 출범식 장소마저 대여해주지 않았고 농식품부 장차관은커녕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정부는 알량난 보도자료로 진실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쌀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식량자급률을 높일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