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이라는 것이 참 푸진 찬거리다. 
두냄비 삶았을 뿐인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 
초장 발라먹고, 된장찌개 끓여먹고, 볶아먹고..

냉동실을 뒤지던 중 들깨를 발견했다. 
떡 본 김에 지사 지내더라고.. 
이제 다소 난이도 있어 보이는 죽순들깨탕에 도전한다. 

들깨를 갈아넣어 진덤진덤하게 해먹는 나물을 우리 동네에서는 '짐너물'이라 한다. 
어원을 짐작할 길이 없어 그저 들리는대로 적는다. 
혹자는 즙너물이라고도 하고 듣기에는 진너물로 들리기도 한다. 
각종 묵나물로 만드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머윗대를 주재료로 한다. 
매우 좋아하면서도 어찌 만드는지 꽤나 궁금했다.
내 손으로 만들어보게 될 줄이야.. 세상 일은 모르는거다.  

그런데 실제 해보니 실상 어려울 것 하나 없다. 
"그저 들깨를 갈아넣었을 뿐인데 맛이 있어지더라" 하는 것이다.  
다만 들깨가루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다짜고짜 들깨를 믹서기에 갈았는데 흙인지 모랜지 입 안에서 뭔가 써그럭거린다.

들깨를 물에 넣으니 둥둥 뜬다. 
들깨 씻는 것은 일이 아니로군..
햇볕에 말린 후 후라이팬에다 약한 불로 볶았다.
톡톡 튀는 소리 나면서 약간의 연기와 구수한 향이 날 때까지 계속 저어주면서..
그리고 믹서기에다 넣고 돌리니 순식간에 들깨가루가 만들어진다. 

죽순들깨탕

 

이제 죽순을 볶는다. 
들기름 두르고 소금 적당히 치고 죽순을 들들 볶다가 멸치 다시물 자작하게 붓고 들깨가루 넣고 끓이면 된다. 
멸치국물 만들 줄 알면 매우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다. 
들깨를 채에 걸러 넣어야 한다는데 그냥 그대로 넣었다. 
음식이라는 것이 다소 거친 듯 해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죽순들깨탕

 

약간의 대파와 양파, 매운 것 좋아하는 입맛대로 청양고추 두개 다져 넣었다. 
간은 소금으로 맞췄다. 
헐.. 삼삼하게 맛있네. 
그 무슨 기교따위 필요 없이 그저 기본만 해도 맛이 나오는 것이로구나. 

죽순들깨탕

 

죽순들깨탕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음식이 만들어졌다. 
국물이 정말 구수하고 맛있다. 

 

먹성 좋은 아들놈이랑 반주 한잔 하면서 개완허니 긁어먹었다. 
음식이란 모름지기 금방 만들어서 남김없이 해치워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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