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이라 했거늘 비가 오지 않아도 때가 되니 죽순은 올라오고 있었다. 

먼저 올라와 커버린 놈, 이제 땅을 뚫고 막 올라오기 시작한 놈, 먹기에 적당한 놈..

날이 무척 가문데도 죽순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 

 

죽순

 

죽순의 기상이 삼상치 않다. 

하늘이라도 찌를 기세.. 포세이돈이 가지고 다니는 삼지창같다. 

삽으로 질러서 땅속 줄기까지 캐내야 한다는데 그냥 손으로 분질러 뜯었다. 

 

채취한 죽순

 

금새 한아름, 웃옷을 벗어 싸짊어지고 나왔다. 

 

죽순손질

 

죽순손질

 

손질법은 매우 간단하다. 

밑둥에서부터 칼집을 내서 두쪽을 낸 다음 윗부분을 잡고 한꺼번에 벗기면 된다. 

죽순의 형상이 대보름 달집 태울 때 밤하늘로 솟구치는 불기둥 모양이다. 

 

손질된 죽순

 

죽순 껍질

 

손질을 마친 죽순을 바로 삶는다. 

쌀뜨물을 넣고 삶으라는데 집에 현미뿐이라 고민 끝에 쌀을 통째로 반주먹 나마 넣었다. 

그러고도 왠지 서운하여 된장을 약간 풀고 대략 한시간 가까이 삶았다. 

뜨물을 넣는 것은 죽순의 아린 맛을 가시게 한다고 하니 그러려니 한다. 

 

죽순삷기

 

한시간 가량을 푹 삶았다. 

오래 삶아도 물러지지 않는다 하니 염려할 것 없겠다. 

검정쌀이 들어가 보라빛이 돈다. 

 

삶은 죽순

 

찬물을 부어 건져냈다. 

 

삶은 죽순에 소주 한잔

 

삶은 죽순 초장 찍어먹기

 

요리랄것도 없이 바로 초고추장 찍어 맛을 본다. 

아~ 죽순이 이런 맛이었구나.. 이 맛을 모르고 살았다니..

그간 헛세상 살았다는 회한이 물 밀듯이 밀려온다. ㅎㅎ

정말 맛있다. 식감, 질감, 맛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정말 맛있는데 뭐라 설명하기가 귀찮고 힘들다. 

그 옛날 담양 백성들이 임금한테 보내 챙겨 먹였다 하는데 그 이유를 가히 짐작하겠다. 

지금이 때다. 직접 드셔보시라. 

일단 여기까지..

 

남들 다 해먹는 죽순요리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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