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락하는 쌀값, 대책 마련해야


민중의 소리



조생벼 수확을 시작으로 우리 농촌이 추수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대풍이 예상된다. 하지만 농민들의 얼굴에는 근심만이 가득하다. 조생벼 가격이 40kg 조곡 한가마당 1만원 가량 폭락했기 때문이다. 추세대로라면 본격적인 수확기 쌀값폭락은 피할 길이 없어보인다. 농촌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 국회, 농협 등 나설 수 있는 모든 기관이 나서 쌀값폭락을 막아야 한다.


시장기능 운운하지만 쌀값폭락의 근본원인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쌀시장 전면개방 이후 농민들과의 극한 대립도 마다 않고 밥쌀수입에 매달려 있다. 밥쌀은 국내 쌀값을 하락시켜온 주범이다. 이미 3만톤 수입을 확정했으며 앞으로도 6만톤 이상 추가 수입을 꾀하고 있다. 그 이면에 미국의 부당한 압력이 도사리고 있음이 이미 밝혀졌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는 한국농민이 아닌 미국 농민을 위한 농정을 펼치고 있다. 쌀값 폭락은 정부가 자초한 국가적 재난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쌀 의무자조금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의무자조금이 쌀의 위기를 극복할 핵심방안이라도 되는 양 말한다. 하지만 이는 쌀에 대한 정부 책임을 생산자 농민에게 떠넘기고 쥐꼬리만한 예산 지원으로 무마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전 국민의 주식인 쌀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자조금을 만들려 할 것이 아니라 밥쌀수입을 중단함과 아울러 가공용 수입쌀을 국내시장으로부터 영구 격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쌀 관세화 개방 결과 밥쌀수입 의무가 사라지고 가공용 수입쌀의 해외원조 등이 가능해졌다고 홍보해오지 않았는가? 정부가 마음만 고쳐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의무자조금 도입을 서두르는데는 관제농민을 대규모로 양산해보겠다는 또 다른 꿍꿍이가 있다. 지금 정부가 앞장세워 의무자조금을 추진하고 있는 농민단체는 쌀 목표가격 인상투쟁 당시 결정적 순간에 정부 편에 선 댓가로 특정 정책자금의 금리인하를 선물받은 바 있다. 2ha 이상의 대농을 상대로 자조금을 운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관제화된 대농과 대다수 중소농을 대립하게 하고 이간질시켜 자신의 발 아래 놓겠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방도를 외면하고 특정 농민단체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쌀 의무자조금 도입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수확기 쌀값폭락을 막을 방도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정부가 먼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 비축수매량을 100만톤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수매에 따른 우선지급금을 지난해 최종 지급금으로 하여 쌀값 하락을 막아야 한다. 국회는 최근 조성되고 있는 남북 화해무드에 부응하여 대북쌀지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남아돈다는 쌀을 북으로 보내 쌀값폭락도 막고 전쟁도 막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협은 자체수매 우선지급금을 최소한 작년가격 이상으로 책정하여 시중시세를 견인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가진 국가적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한다면 쌀값폭락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