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조동아짐 양파 다섯알에 상추 한아름, 완두콩 한보세기 놓고 가셨다.
"상추 묵을랑가" 하는 물음에 무심코 "예" 하고 대답했더랬다.
집에서 고기 싸묵을 일도 없고 이 많은 상추를 어찌고 다 묵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겉절이.
내가 할 수 있을까?
엊지녁 만난 영태는 "간장 치고 꼬칫가리 치고 다진마늘 좀 많이 넣고 무치먼 되야요" 라고 말했다.
지 담그는 공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설마 그렇게 간단할까 싶었는데..
인터넷을 뒤져 따라 해본다.
상추 한주먹 집어 적당한 크기로 찢은 다음 간장, 고춧가루, 다진마늘, 양파, 참기름, 깨소금 각각 적당량 넣었다.
새고롬한 맛 나라고 넣는다는 식초 대신 청양고추 초절임간장 살짝 붓고 매운 것 좋아하는 식성 따라 청양고추 두개 썰어넣었다.
여기까지 해놓고도 정말 겉절이가 될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간단한 것이었더란 말인가?
무쳐놓고 나니 그럴듯 하네.
상추 한주먹이 순식간에 맛있는 겉절이로 변신했다.
순식간에 겉절이를 만들어 상 위에 올려놓는 어머니들 솜씨에 늘 탄복했더랬는데..
이토록 간단한 것이었단 밀이지.. 그동안 뭔가 속고 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우리 동네에서는 겉절이를 '얼지'라 한다.
그 의미를 짐작하겠다.
얼렁뚱땅 얼른 무쳐먹는 김치라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반찬 필요없겠다.
밥 한그릇 겉절이 하나 달랑 놓고 몇 술 뜨다가 아예 비벼서 싹싹..
무더운 여름 원기 잃지 않고 시원하게 나게 해줄 좋은 음식이 되겠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더욱 좋겠고..
아무래도 각종 얼지를 자주 만들어 먹게 되겠다.
얼렁뚱땅 팍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