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사는 태영이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말씀의 요지는 국수호박 50여개를 원협에 냈는데 이 씨벌놈들이 2만원 쳤다는 것이다. 

"내 아무리 묵어보기나 할 요량으로 심었다가 하도 많이 열어 장에 냈지만 인터넷에서는 한뎅이에 만원, 2만원 하는데 이런 상놈의 새끼들이 없다"고 적지 않게 흥분하셨다. 

차라리 노나묵고 말겠다고 공판장 근처 사는 정읍 농민회원 있으면 알려달라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공판장에서 돌아온 국수호박이 그날밤 민중연합당 농민당 도당위원장 선출대회에 나타났다. 

한망에 만원, 국수호박은 순식간에 12만원 지폐와 교환되었다. 

이렇듯 곡절을 겪은 국수호박이 도마에 올랐다. 

 

 

요거는 태영이 형님이 거저 준 잔챙이 국수호박, 큰 참외보다 좀 더 크다.

따서 그냥 한데다 둬도 오래 간다 한다. 저장하기 편리하다는 것이다. 

반으로 쪼개 숟가락으로 속을 긁어내고 15분 정도 삶는다. 

껍질이 단단하다. 수박하고는 달리 가로로 반토막 내면 되겠다. 

호박이 반정도 잠기게 물을 부었는데 잘 삶아졌다. 

 

 

찬물에 식혀가며 살살 주무르면 껍질만 남고 호박 살이 국수가닥처럼 쏟아져 나온다. 

옆에서 사진 찍는 딸이 "우와~ 신기하다"를 연발한다. 

 

 

무채를 씹는 느낌, 아삭하다. 
분명 쌂았는데 신선한 생채 느낌 그대로다. 
시원하고 생생한 느낌 말고 별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걸 우리동네 할매들은 무맛이라 하더라.

 

 

비빔장을 잘 만들어야겠군..

고추장 서너숟가락에다 초절임에 썼던 식초처럼 새고롬한 간장, 산야초효소 번갈아 넣어가며 새콤달콤하게 간을 맛추고 양파 하나, 청양고추 세개. 다진마늘 적당량 넣었다. 

 

 

 

호박 삶을 때 같이 삶은 달걀 하나 고명으로 얹고 비빔장 얹어 비벼놓으니 무채지 혹은 쫄면같기도 하다. 

시원하게 아삭거린다. 음.. 좋군. 

딸래미는 먹으면서도 신기하다를 연발한다. 

 

 

양이 많아 내일까지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식성 좋은 아들놈이 있어 다 묵어부렀다. 

거북하지 않은 포만감이 좋다. 

여름철 별맛, 국수호박들 사서 드셔보시라.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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