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냉칼국수는 첨 먹어봤다.
농활에서 맺어진 오래된 인연이 있어 멀리 부산 덕천에 있는 치과를 다녔다.
치과 옆 너댓 개 되는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 밥을 먹을라 치면 늘 줄이 있는 집이 하나 있어 저 집은 뭘 파는 집인가 했더랬다.
한산한 골목 안 늘 줄이 있던 집, 점심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줄이 없다. 이제야 제대로 간판을 본다.
홍천 칼국수, 음.. 칼국수 집이란 말이지..
'여름 별미 냉칼국수 개시!', 아 이거 좋은데..
나는 이런 거에 심쿵한다.
총각 일지 유부남 일지 알쏭달쏭한 주방장, 밀가루 반죽 다루는 칼질이 가히 예술이다.
오래지 않아 한 그럭 빡빡한 냉칼이 나왔다. 국물이 남실남실..
나는 밀가리 것을 징하게 좋아한다.
어지간하면 맛있게 먹지만 그렇다고 다 맛있어서 그리 먹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칼국수는 정말 맛이 좋다.
칼국수를 시원하게 먹는다는 것도 별맛이지만 국물 맛은 주방장 칼질보다 한층 더 예술이다.
유명짜한 서울 냉면집 육수와 비교해도 결코 손색 없겠다.
뭐지 이 맛은.. 내막을 잘 알 수 없으니 '오묘'하다는 모호한 표현 외에 갖다 댈 말이 없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잘 먹고 일어나 계산을 하자니 카드가 안 된단다.
나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데..
칼질 예술로 하는 주방장 정말 선선한 표정으로 다음에 또 오시면 그때 계산하라 한다.
다음에 또 올 기약이 묘연한 사람이라 하고 계좌이체로 해결했다.
단돈 4천원, 주방장 만치나 가격도 착하다.
오늘처럼 장맛비 처연하게 내리는 날이면 국물 뜨끈하고 진덤진덤한 애호박 칼국수가 제격일 텐데..
입맛만 다신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