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민들 "盧이어 MB도 농민 죽이고 있다"

권나경 수습기자

"농민 생존권 쟁취"

농민대회
  • 25일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한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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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농민대회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농민들은 깊게 패인 주름만큼이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에서 올라 온 강모(52) 씨는 “비료값, 기름값 모두 올라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 남기는커녕 빚만 늘고 있다. 정부는 농민 생각을 너무나 안 해 준다”며 정부를 원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종자 회사도 한 곳밖에 없다. 농업이 모든 일의 바탕인데 정부는 왜 농업의 소중함을 모르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못해 살고 있어”

25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
  • 25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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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한 켠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이모(74) 씨와 임모(68) 씨, 그리고 장모(68) 씨는 전남 영광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이들은 영광에서 자신들이 ‘젊은층’에 속한다며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모 씨가 “자식들이 장성했지만 농촌으로 시집오려는 사람이 없어 장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두 사람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죽도록 일해 봐야 빚만 느는데 누가 시집오겠어?”라며 퉁박을 줬다.

젖소 한 마리 5만원인 현실을 이야기하며 “키우지도, 잡지도 못하고...못 살겄어. 나이 느는 만큼 빚도 늘어”라고 말하며 ‘늙은 농사꾼’들은 담배를 피워댔다.

한우를 키우고 있다는 이 씨는 “한 마리에 110만원을 받지만 1년에 들어가는 볏짚을 비롯한 사료값이 130만원이나 들어간다.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만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래도 노무현 때는 이렇게 심하게 사료값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명박은 너무 많이 올렸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나 다들 자기들 배부르니까 농민들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칼이나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이명박도 지금 농민들을 죽이고 있다. 전봉준이나 임꺽정처럼 세상을 뒤집을 누군가가 나타났음 좋겠다”며 소리를 높였다.

장모(72.여) 씨는 농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4시에 일어나 움직였다고 한다. 목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는 “거름도 비싸고 돈도 안 되지만 농사일을 놓을 수는 없다”면서 “대통령이 선거 때 말했던 것처럼 농민들 살 수 있게 해 줘야하는데 왜 더 못 살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발 농민들 살 수 있게 기름값이랑 비료값 좀 내려줬음 좋겠다”며 “대통령한테 공약 좀 지키라고 기사 좀 써 달라”고 부탁했다.

경북 경산에서 올라온 하모(52) 씨는 배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15㎏에 4~5만원하던 배값이 올해엔 8~9천원으로 떨어졌다. 열심히 농사지어서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농민대회
  • 25일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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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에도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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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농민대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가 올라 온 건 정치인들과 서울 시민들에게 우리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여의도처럼 갇힌 곳에서 집회만 해서는 아무도 몰라준다.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을 만나야한다”

여주에서 올라온 이모 (50) 씨는 “비료값, 기름값 다 오르는데 쌀값만 안 오른다. 게다가 있는 것들이 농민들 등쳐서 직불금까지 빼 돌리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평생 하던 일인 데다 땅을 놀릴 수 없어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그는 “우리가 집회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하지만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왔다”며 “기자들도 제발 더 많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 기사입력: 2008-11-25 18:23:55
  • 최종편집: 2008-11-25 20:3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