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개헌, 어떻게 맞을 것인가?

1,700백만 촛불항쟁, 촛불 혁명은 박근혜를 파면 구속시켰고 새로운 민주 정부를 출범시켰다. 이것으로 촛불 혁명은 그 임무를 다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정부의 구성은 촛불 혁명의  1단계가 완료되었음을 의미할 따름이다. 이제 촛불 혁명은 2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낡은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로의 진입을 제도화하고 명문화하기 위한 제7공화국 헌법 제정의 과제가 우리 앞에 제기되고 있다. 

그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 안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활동을 개시한 지 오래다. 개헌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내년 2월까지는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헌특위는 권력구조 개편부터 기본권 확대 등의 방안에 이르기까지 주요 이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다. 이 시각 개헌특위 내 각 소위별 토론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헌 논의의 중심에 촛불 혁명을 주도한 진보민중 진영과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아직 주인답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주체의 등장 없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이 위정자의 시혜나 온정의 산물로 주어진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 숨 가쁘게 진행될 개헌 논의를 진보민중 진영과 시민사회가 주도하지 못하게 된다면 촛불 혁명은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좌초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헌법을 손보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바로잡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고 민중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전략과 전망을 바로 세우고 이를 새 헌법에 녹여내야 한다. 개헌 논의에 임하는 농업계와 농민들의 입장과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농업을 명실상부한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하여 농업의 근본 임무를 분명히 하고, 이에 기초하여 우리 농민의 처지와 운명을 결정적으로 개선할 농업농민 기본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식량주권’을 생산자와 소비자, 국가의 자주적 기본권 문제로 정식화하여 명시함으로써 우리 민족 전래의 자주적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보장할 지속 가능한 농업, 자주적 국가책임농정 실시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농민의 인간다운 삶과 지속 가능한 영농을 위한 ‘생산비(최저 가격) 보장’ 문제를 농민의 기본권으로, 국가의 책무로 분명히 해야 하며,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하고 예외규정을 삭제하여 농업생산기반 유지, 확대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30년 만에 맞이하는 개헌정국을 농업회생과 농민 기본권 쟁취를 위한 절체절명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6월 항쟁 직후 7,8,9 노동자 대투쟁으로 ‘최저임금제’를 쟁취한 노동자 투쟁의 선례는 중요한 교훈이 된다. 지금 비록 개헌특위 안에 단 한 명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이 없고 농업계를 대표할 자문위원이 아무도 없지만 좌절할 일이 아니다. 촛불 혁명의 한 복판에서 역사의 주인답게 싸움에 나섰던 전봉준 투쟁단의 경험과 교훈을 되새기자. 미래를 내다보는 과학적 예지력과 갑오 농민군의 투쟁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자. 식량주권과 경자유전, 생산비(최저 가격) 보장을 핵심 내용으로 ‘농민 헌법 쟁취!’의 기치를 높이 들고 농업 현장에서부터 다양하고 창의적 방식으로 대규모 대중운동의 불바람을 불러일으키자. 

제7공화국 헌법에 농업의 위상과 농민의 기본권이 어떻게 명시될 것인가 하는 문제, 농업농민의 활로와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농민들이 어떻게 싸우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