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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야기

1박2일 쌀 투쟁

농사꾼 조선낫 2018.11.04 01:17

쌀값이 폭등한다는 언론 보도가 빈발하더니 급기야 정부 재고미 방출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이 떠들어대는 쌀값 폭등이란 무엇인가?
이들이 비교하는 쌀값, 이른바 평년 가격이란 20년,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했던 최근 몇년간의 쌀값을 말하는 게다.
이 가격을 오늘의 가격과 비교해 폭등이라 하니 농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오늘의 쌀값은 폭락 이전 2012~13년 가격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키로당 쌀값 3천원, 밥 한공기 300원은 돼야 허리를 펼 수 있다는 농민들의 요구에는 아직도 미치지 못한다.
그간의 생산비 상승은 제쳐둔다 하더라도 쌀값폭등이라는 언론의 호들갑은 악의적인 현실 왜곡이다. 

'쌀값폭등'이라 떠들어대는 일부 언론과 '폭락에서 회복중'이라는 농민들의 입장 사이에는 뛰어 넘을 수 없는 심연과도 같은 심각한 차이가 존재한다. 
농촌을 피폐화시켜 젊은 청춘들을 도시로 내몰고 낮은 농산물 가격을 지렛대 삼아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을 구조적으로 강요해온 역대 정권 살농정책의 망령과, 지속가능한 농업농촌과 농민생존을 바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정면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수십년 지속된 오래된 투쟁이다. 
그런데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언론의 호들갑을 방패 삼아 정부미 방출을 고려한다니.. 그것도 수확기에..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만으로도 정부미를 마구잡이로 풀어대던 이명박이도 차마 하지 않던 짓거리다. 
촛불항쟁으로 이명박근혜가 사라졌지만 함께 관 속으로 들어갔어야 할 적폐농정은 왠일인지 자꾸 되살아온다. 
한결 심각한 양상으로 되살아오는 유신농정, MB농정의 망령이라니..
농정에 있어 이 정부는 죽어야 할 것, 사라져야 할 것을 자꾸 불러 일으키는 좀비정부다. 

추수 막바지, 겨울로 접어드는 저문 가을..
갑오농민군의 직계 후예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공음 농민들이 통일쌀 벼베기와 통일농기계 품앗이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분단선 넘어 통일농업에로 달려가는 농민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빚 걱정, 가격 걱정, 땅 걱정 없이 허리 펴고 농사짓고, 남북농민이 하나되어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농민들의 염원은 과한 욕심인걸까.

지역 행사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트럭에 나락을 싣고 청와대를 향해 달렸다.
시간은 많이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못배기겠더라. 
무슨 일이든 해야지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가만히 있으면 놈들은 농민을 더욱 봉으로 보고 지들이 잘 하고 있는 걸로 착각할 것이다.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농민들은 국회를 방문해서 지역구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을 면담하고 돌아왔다. 
무슨 큰 성과를 기대했겠는가? 이것도 투쟁의 한 방편일 뿐..
농해수위에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막아나설 결기 있는 국회의원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선동 의원이 그립다. 5년 전 그 날, 쌀 목표가격 투쟁을 하던 당시 김선동 의원이 얼마나 큰 일을 했던가. 
놈들이 왜 그토록 지랄발광을 하며 진보당을 해산시켜버렸는지 알 만하다. 
농민, 노돋자, 민중의 독자적, 자주적 정치세력화가 시급하다. 
민중당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 

청와대로 통하는 길목에 다시 모인 농민들, 노숙농성을 결의한다. 
내일 아침 정부 청사에서 무슨 물가관계 차관회의가 열린단다. 
청사 인근으로 이동한다. 

늦가을 혹은 초겨울 날씨, 차가운 길바닥에서 한뎃잠을 자는 농민들..
2016년 '쌀값폭락, 박근혜 퇴진!' 기치를 걸고 싸우던 당시 한남대교 남단에서,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를 몰고 양재 IC 부근 고속도로상에서 노숙농성을 단행한 이래 처음 일이다.  
정권은 바뀌었으되 농민들의 삶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침은 온다. 반드시..
농민들, 투쟁을 준비한다. 

정부미 방출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정부청사 앞으로 청운동사무소 앞 나락이 이동한다. 
차량 한대에 경찰 한명씩 동승한다. 
길을 안내하겠다는데 우리 차에 올라탄 경찰, 고향이 서산이란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시다고..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다. 
나도 굳이 말 시키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 차관을 직접 만나겠으니 청사 문을 열라 요구한다. 
들어줄리 만무하지만 달리는 할 것이 없다.
격렬한 몸싸움이야 하나씩 뜯어내면 그만이고..
대표자들 연좌농성이야 에워싸면 그만이고..

이 때 분노한 농민, 트럭으로 도로를 막는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나락이 쏟아지고 화가 난 농민 허공에 나락을 뿌린다. 
볼썽 사나운가? 이것은 몸부림이다. 여기 농민이 있다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살겠다.
가만히 있으면 지들이 다 잘 하는 줄 안다고.. 
더욱 기고만장해져 농민을 사람으로도 보지 않을 거라고..

이 나락은 어찌 되었을까?
종로구청 청소차가 와서 쪽 빨아가버리더라. 이런 경우 처음이더라.
아.. 쓰레기 취급이라는 게 이런건가 싶더라.
피땀으로 거둔 나락 아스팔트 바닥에 쏟아부은 농민 심정이야 알아줄 수 없다 치더라도..
그래도 우리 식량인데, 우리는 너 나 없이  쌀 먹는 민족인데 청소차로 쪽 빨아가버리다니..
비통하고 처참하더라.  하도 기가 막혀 막을 엄두도 안나더라. 
그냥 멍 하니 바라만 봐지더라. 
경찰이 살기등등하던 시절에도,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조차 무섭던 시절에도 숱하게 뿌려진 나락 다 쓸어담아서 돌려줬더랬다.  
이런 적은 없었다. 

정부는 농민들의 항의와 요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정부미 방출 계획은 애초 의도대로 확정되었다.
예상했던 바다. 한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농민들은 싸움을 마치고 각자 자기 지역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냥 해산한 게 아니다.
갑오년 농민군이 전주성에서 나올 때 무장을 해제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은 대오를 갖춰 고향으로 돌아가 집강소를 설치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공정에 착수했다. 
그리고 나라가 더 큰 위기에 처함에 분연히 다시 일어섰다. 
갑오년 농민군은 끝내 우금티를 넘지 못하고 온 산하에 피를 뿌리고 죽어갔지만, 그 육신은 썩어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 넋은 고스란히 살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심장을 높뛰게 한다.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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