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재에서 모래재까지 대략 시오리 길, 나른한 오후 농성장에서 잠시 몸을 빼내 짬 산행에 나선다.

껄적지근하게 남겨진 짜투리 구간을 털어내고자 함이다.

 

지금은 옛길이 돼버린 단풍 수려한 모래재 고갯길로 접어든다.

굽이굽이 산을 휘감아 올라 모래재 휴게소에 차 놓고 동행한 차에 옮겨 타 가죽재로..

가죽재는 오룡재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더라.

16시 30분, 차는 떠나가고 나 홀로 산으로 향한다.

 

 

해가 뉘엿뉘엿, 세상 가파른 턱골봉 오름길을 헐레벌떡.. 

오늘은 간만에 야간산행으로 마감하게 되겠다.

 

17시 20분, 턱골봉

간만에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150mm로 당겨 나뭇가지 사이 지는 해를 잡는다.

당겨놓고 보니 모악산이다.

 

나아갈 방향..

 

금남정맥에 속한 운장산이 보인다.

 

 
 

멀건하던 하늘이 어둠이 내리면서 갈수록 붉어진다.

붉은 노을 한울에 퍼져..

노을 속 산은 아마도 만덕산일 것이다.

 

18시 30분, 조약치
18시 35분 

완전히 어둠이 내린 후에야 주화산(혹은 조약봉)에 도착했다.

함께 달려오던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여기에서 갈라진다.

한데 3정맥 분기점이라고?

알고 보니 금남호남정맥을 별도 하나의 정맥으로 치는 것이었다.

섬진강과 금강 수계를 가르며 달려온 금남호남정맥이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만경강이 발원한다.

그러니 여기는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 수역이 갈리는 분수령이 되겠다.

얼결에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마친다. 

 

그런데 주화산이라는 산 이름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더라.

본래 이름이 없던 작은 봉우리에 산경표 상의 산 이름을 끌어와 그리 붙여놓은 건데 이는 산경표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찌 됐건 나에게는 이 지점이 금남호남 정맥의 종착점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이야 세월 따라 잊혀지고 새로 붙여지고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니..

 

멀리 전주 도심의 불빛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18시 55분, 모래재

얼마 가지 않아 모래재, 잠시나마 호남정맥에 첫발을 내딛었다.

여기에서 모래재 휴게소로 내려가 짤막한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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