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은 토, 일 문을 닫는다.

누가 뭐라건 그건 우리 맘이다. 

이 틈에 농성장에서 엉겨 붙은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갖은 독소를 털어내야 한다. 

대간은 너무 멀고.. 이번엔 호남정맥이다.

조선팔도 천지가 산이니 갈 곳 많아 좋다.

눈을 뜨니 이미 여섯시가 넘었다.

또 늦잠이로군..

 

조망 터지는 산봉우리에서 맞아야 할 아침해를 도로에서 맞는다. 

마이산이 살짝 보인다. 

산행을 마치고 사진을 분석하니 등빨 좋은 덕태산을 뒤로하고 성수산에서 쭉 뻗어 마이산까지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잡힌 것이었다. 

성수산과 마이산 중간 지점에 해가 있는 것이다. 

 

08시 30분 신광재 출발

얼마만인가? 

2018년 10월이었다. 서구이재에서 여기 신광재까지..

그때는 건각 수정이와 함께 했더랬다. 

그러니 2년 만이로군, 고랭지 채소밭 풍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주섬주섬 산행 연장을 챙기던 중에 급똥이 밀고 내려와 아무 정신 없이 출발하는 통에 모자를 챙기지 못했다. 

고운 얼굴 다 타불겄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이토록 풍광이 달라진다. 

멀리 장수 팔공산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장수덕유, 남덕유가 멀지 않다. 

내 선 곳도 아직은 장수 땅, 하지만 오늘 산행을 마치고 나면 장수 땅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능선 평평한 장안산이 보인다. 

그 외약짝 대간에 속한 영취산, 영취산에서 갈라져 나온 호남정맥(금남 호남정맥)의 뿌랑구가 바로 저곳이다. 

하여 장안산을 호남의 종산이라 일컫더라.

정맥은 장안산 지나 사두봉, 신무산, 팔공산을 지나고 선각산, 덕태산을 스쳐 이 곳에 이르렀다. 

 

다시 한 번  덕유산 쪽 바라보고
 
쑥부쟁이
네발나비
큰오색딱따구리
용담

황량한 가을산을 빛내이는 숱한 생령들이 있어 외롭거나 무료하지 않다. 

 

09시 50분, 성수산

어느덧 성수산, 정상의 조망은 과히 좋지 못하다. 

 

10시 25분, 복지봉

마이산이 성큼..

 

늙었어..

 

멀리 팔공산, 선각산 언저리 삿갓봉이 살째기 보이고 선각산은 덕태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등빨 좋다 덕태산. 

 

산죽길

복지봉 지나 한참을 곤두박질, 산길은 호남 인심만큼이나 넉넉하고 유순하게 이어진다. 

지속적인 내리막, 간혹 오르막..

 

11시 35분, 옥산봉

진안 백운 방면, 오른짝 눈길을 끄는 산은 내동산. 

 

 
 

마이산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가 옥산동이로군..

풍경은 참으로 평화롭다. 

 

정오, 고개 이름이 없네
12시 25분, 옥녀봉
 

능선을 넘보는 인간의 간섭 속에 능선은 위태롭게 이어지고, 이런 데는 잡목과 가시덩굴로 지나가기 힘들고..

 

12시 45분, 역구실재
 
13시 15분

조망 좋은 자리 찾다가 굶어 죽겄다. 

먹을 걸 장만하지 못하고 찻속 탈탈 털어 챙겨 온 누룽지 부스러기와 생라면 한 개로 점심을 대신한다. 

한참을 쉬었다. 

 

멧돼지의 흔적, 

진흙 목욕을 마친 멧돼지가 가려운 등을 긁는거라던가..

야들도 가물라서 고생이 많겄다. 

 

14시 5분, 사루고개

차량통행 많은 번잡한 고갯길, 지도상에는 사로고개라 표기돼 있다. 

 

 

가까이에서 보는 숫마이봉의 위용은 음.. 뭐랄까..

 

 

15시 15분, 숫마이봉을 에돌아 사람 붐비는 공원구역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여기까지..

당초 계획은 여기서 시오리쯤 더 가서 강정골재에서 마치는 것이었으나  산 아래 오늘 중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를 다시 신광재로 데려다 줄 진안 사람은 하루 점드락 전화도 안 받고..

2년 전부터 약속이 돼 있던 건데..

 

숫마이봉
암마이봉
 

음.. 오늘이 보름이라지. 

9월 보름, 양력으로는 10월의 마지막 밤. 

나는 10월의 마지막 밤에 대한 별다른 기억이 없다. 

고딩 친구 하나 오늘이 생일인 거는 빼고..

 

20201031호남정맥신광재-마이산.gpx
0.19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