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스러울 정도로 이 녀석이 보고 싶었다. 
봄철 철새 이동시기에 이따금 올라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녀석을 볼 날이 있겠다 싶었다. 
그 사이 10여 년이 흐른 듯..
그러던 녀석을 안면 트고 나니 연달아 다시 보게 된다. 

5월 2일 흑산도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 북부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라 하는 이 녀석을 한반도에서 보기 쉬워진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뚜렷한 증거로 된다. 
2003년 처음 관찰된 이래 2007년 가거도, 소청도 등 서해 도서 지역에서 번식이 확인되었고 이제 가거도에서는 1년 내내 볼 수 있는 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내륙으로까지 번식지가 확대될 전망이라 하니 이 녀석의 출현을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허나 어쩌랴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는 또 그렇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를 얼마나 늦출 것인가에 있다 하겠다. 

5월 8일 군산 하제 마을

흑산도에서 처음 만났던 녀석을 군산에서 다시 만났다. 
하제 마을 옆 미군 부대 철조망 위에 녀석이 천연스레 앉아 있다. 
하제 마을은 군산 미군기지 탄약창과의 이격거리 확보를 위해 국방부가 주민들을 소개해 황폐해진 곳이다. 
헌데 국방부가 주민들로부터 매수한 이 일대 땅과 새로 만들어진 새만금 간척지 2백만평방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땅을 미군 측에 공여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슬픈 일이다.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질 일인데 기껏 한다는 짓이..
우리는 여전히 식민지에 살고 있다. 

하제 마을 팽나무

하제 마을의 600년 묵은 팽나무가 마을 사람 떠난 황폐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팽나무 되시겠다. 
전라북도는 이 나무를 도 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미군기지 공여를 반대하는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이 나무를 매개로 다양한 활동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어먼 짓거리하려는 놈들 모다 급살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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