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람이 불었다. 
한동안 잔디밭에 매달려 살았으니 한 번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섬에 가고 싶었다. 
외연도에 가고 싶었으나 표가 없다. 
하여 흑산도, 냉큼 달려온 애벌레가 함께 한다. 
목포에 내리던 비는 온 데 간 데 없고 흑산은 쾌청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밥이고 뭇이고 새부터 보러 간다. 

 

가장 먼저 만난 녀석들은 왕눈물떼새, 주댕이가 좀 더 길었으면 좋으련만..
좌우튼 반갑다 왕눈아~

음.. 이것은 흰눈썹붉은배지빠귀, 처음 본다. 
흰 눈썹이 약하긴 하나 틀림없다. 
여러 개체가 풀밭을 뒤지고 있었다. 

해안가 절벽에 도요 한 마리, 꺅일까? 
뭔가 달라 보였다. 그냥 꺅은 아닐 것이라는..
접근에 접근을 거듭하여 남긴 가장 근접한 사진, 도요는 풀밭으로 날아갔다. 
전문가는 바늘꼬리도요로 동정해 주었다. 
그렇다면 그런 게다.
바늘꼬리도요, 오래된 숙원을 푼다. 

 

붉은배지빠귀, 풀밭에도 있고 바닷가에도 있고..
이 역시 초면이다. 

 

새들의 앞모습은 무뚝뚝하다 못해 험상궂기조차 하다. 
흰배멧새, 꽤나 잘 생긴 녀석인데 이리 나왔다. 
흡사 복면 뒤집어쓴 프로레슬러, 반칙 잘하게 생긴.. 

버들솔새, 처음 본다. 
아니 설악산에서 한 번 봤나?
아무튼 반갑도다. 

동박새
노랑딱새

노랑딱새, 통틀어 가장 귀여웠던 녀석. 역시 처음이다. 
나는 새들의 시선을 좋아한다.  
때론 아련하고, 때론 서늘하며, 때론 호기심 넘치는..

 
긴발톱할미새
꼬까참새
쇠솔딱새

하늘의 적정을 살피는..

산솔새

그래 머리 꼭대기 중앙선을 보여줘야 확실히 알 수 있지. 

큰유리새, 수없이 날아다니던..

 

숭어 떼와 왜가리, 뭔가 운명적인.. 

 
 

정말 많았던 황금새, 그래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모습. 
지어 찻길에서 횡사한 녀석까지..

 
쇠붉은뺨멧새
 
검은딱새
쇠솔딱새

고향생각 하시나?

힝둥새

정말 다양하고 많은 녀석의 모습을 담았다. 
개중에 귀한 녀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전부 힝둥새라는..
힝~

짧은 거리는 뜀박질로..
이얍!
누구 본 놈 없지?
여기도 한 번 뛰어봐?

연노랑눈썹솔새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으나 그냥 노랑눈썹솔새인 것으로..

 

이 녀석 누굴까 한참을 들여다봤다. 
횡금새 암컷, 수수한 돌처럼 생겼다.
암수가 이토록 유별해서야..

자세 잡어봐야 쇠솔..

붉은배지빠귀

검은딱새의 새로운 면모를 본다. 
씻겨주고 싶은..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산을 탄다. 
홍어와 여러 해산물, 막걸리와 소주..
얽히고설킨 정다운 인연들과 흑산의 밤이 깊었더랬다. 
삭혀먹지 않는 흑산 홍어가 너무 아까웠다. 

 

'새, 나비, 풀, 꽃 > 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은이마직박구리  (0) 2021.05.13
흑산 탐조 2  (0) 2021.05.06
탐조  (0) 2021.04.30
갯벌 나그네  (0) 2020.05.09
숲새  (0) 20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