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흑산에 처음 갔던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그 해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장흥 사는 어떤 내외와 동행했더랬다. 
아마 그들 내외간은 이른 봄부터 쎄 빠지게 일 하다가 숨 좀 돌리자고 갔을 것이고, 나는 놀던 걸음 내쳐 놀아불자는 심산이었을 게다. 
진보당 당원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그의 안내로 섬을 한 바퀴 돌고 밤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술 싹싹 긁어 마셨다. 
이튿날 아침부터 배에 오르기 직전까지 새를 보러 싸돌아다녔다. 
5월 10일이었다. 

제비물떼새

멋진 구레나룻에 과묵한 인상, 너 왔냐? 실컷 봐라 하는 듯..

꼬까참새

깃털 모양새가 달라 잠시 헷갈렸으나 꼬까참새 수컷의 1회 겨울 깃과 가장 흡사해 보인다. 
흔한 나그네새였으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큰밭종다리

철새연구센터 박종길 박사님이 직접 안내하고 보여준 것이니 틀림없는 큰밭종다리다. 
이 녀석을 구분하기 위한 복잡한 설명이 있으나 부리가 길고 두툼하며, 꼬리도 길다는 정도만을 새겨둔다. 

쇠솔딱새

눈 앞 흰색, 아랫 부리 등황색 등 여러 정황으로 쇠솔딱새일 것으로..
가락지를 차고 있다. 

솔딱새
쇠솔딱새
제비딱새
큰유리새 암컷

암수가 매우 유별하여 혼동을 준 녀석, 신종 딱새라도 발견한 줄 알았다. 

 
무당새

제비딱새를 찍는 와중에 덤으로 찍힌 미처 알아보지 못한 귀한 녀석이다. 
남해와 서해 도서 지역을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 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된 국제 보호조라 함. 

물레새

흔하지 않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며 드물게 번식하는 여름철새. 
꽤 쫓아다녔으나 거리를 잘 주지 않던..

2017년 5월 10일 15시 58분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나는 배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물레새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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