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그 시절 서울로 가는 길은 어떤 길이었을까? 농촌의 수많은 청춘남녀와 밤 봇짐 싼 일가족을 실은 새벽 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하면 생면부지의 땅에 내려야 하는  그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새 세상에 대한 경외와 새로운 삶에 대한 포부도 있었을 것이고 고향을 잃은 비탄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이들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다만 해마다 명절이면 양손에  선물 보따리, 신작로 빡빡하게 고향집으로 향하던 귀성 인파의 종종걸음이 눈에 선연할 따름이다. 

나는 1978년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갔다. 1989년 다시 돌아올 때까지 나는 줄곧 방학이 그리운 학생이었다. 나는 향수병을 심하게 앓았더랬다. 이 노래를 알고 난 이후 꽤 오랫동안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다. 나는 '앞서가는 누렁아 왜 따라나서는 거냐' 하는 대목에서 늘 목이 매였다. 우리 집에는 늘 그런 누렁이와 누렁이를 거두는 어머니가 계셨으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나는 명절이면 아이들의 귀향을 기다리는 애비가 되었고 도시 생활에 특화된 아이들은 집에 오는 걸 불편해한다. 70년대 초반, 아련한 그 시절 서울로 간 사람들은 어찌 되었을까? 농촌에 남은 사람들은 이제 산으로 가거나 요양병원으로 가고 있다. 그리운 어머니 계시는 정든 고향집은 빠르게 사라지고 무너지고 있다.

우리 부모 병들어 누우신 지 삼년에
뒷산의 약초뿌리 모두 캐어 드렸지
나 떠나면 누가 할까 병드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아침이면 찾아와 울고 가던 까치야
나 떠나도 찾아와서 우리 부모 위로하렴
나 떠나면 누가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앞서가는 누렁아 왜 따라나서는 거냐
돌아가 우리 부모 보살펴 드리렴
나떠나면 누가 할까 병드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좋은 약 구해갖고 내 다시 올 때까지
짚 앞의 느티나무 그 빛을 변치마라
나떠나면 누가 할까 늙으신 부모 모실까
서울로 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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