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5월 초 철새 이동 성수기, 봄날이 간다.  한껏 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섬을 찾았다. 
늘 가보고 싶었던 외연도, 낚싯대 펴는 동안만 가슴 부푸는 서툰 낚시꾼처럼 되지 않기를..
이 시기 섬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새들을 만나게 되기를..
이런 마음이었던 것이다. 

허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개미잡이를 봤더라면 여한이 없었겠으나 연이 닿질 못했다. 
수컷이 아니어서 다소 아쉬웠던 붉은양진이, 여심의 여지없이 또렷한 자태로 사진기에 자욱을 남긴 노랑허리솔새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붉은양진이 암컷

스칸디나비아에서 캄차카에 이르는 유럽과 아시아의 아한대, 남쪽으로 발칸반도에서 히말라야까지, 중국 중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인도, 인도차이나 북부, 중국 나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며, 매우 드물게 적은 수가 월동한다.  5월 초순에서 5월 하순까지, 9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통과한다. 
야생조류 필드가이드, 박종길 저

붉은양진이보다는 적원자라는 이름으로 각인돼 있는 녀석, 나와는 초면이다. 
적원자라는 이름으로 하여 너를 생각하면 '돌아온 무숙자' '황야의 무법자'가 함께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늘 보고 싶었더랬다. 
눈길 한 번 주더니 더 접근할 틈도 없이 휘리릭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수수한 암컷에게서는 그 이름값을 헤아릴 수가 없다. 
하여 이제는 언젠가 볼 수컷을 그리며 살아가게 되겠다. 


 

노랑허리솔새

알타이산맥에서 동쪽으로 오호츠크해 연안, 남쪽으로는 몽골 북부, 중국 동북부, 우수리, 사할린, 한반도 북부까지 번식하고, 중국 남부, 인도차이나반도 북부에서 월동한다.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주로 한반도 중부 이북으로 통과하며 남부 지역은 드물다. 봄철에는 4월 하순에서 5월 하순까지, 가을철에는 10월 초순에서 10월 하순까지 통과한다. 강원 산악지역(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일대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애)에서 적은 수가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야생조류 필드가이드, 박종길 저

내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며 너를 얼핏 본 적이 있다. 

눈썹선은 노란색이며 뚜렷하다(눈 앞쪽은 노란색이며 눈 뒤쪽은 다소 색이 엷다). 
날개덮깃에 뚜렷한 황백색 줄무늬가 2열 있다. 둘째날개깃 기부(큰날개덮깃 날개선 뒤)에 어두운 반점이 명확하다. 

머리 중앙에 노란색 줄무늬가 있다. 

앉아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는 허리의 노란색까지 확인해 주었다. 
착한 녀석이다. 
내 이제 어디에서든 너를 봐도 한눈에 알아보도록 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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