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소리가 들렸다. 호사도요!! 
엔진 정지, 고요한 논벌에 호사도요 울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도무지 찾을 길이 없어 나도 소리를 튼다. 
몸 가까이 날아와 앉았으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윽고 녀석의 눈과 부리가 보인다. 
녀석도 나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제 동료 소리에 반응을 보이던 녀석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5년 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내나 5년 전 그 논배미다. 
살짝 몸을 뺐다가 다시 돌아와 시동을 끄고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시 울음소리 들리고 나는 눈알이 빠지도록 녀석을 찾는다.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꺅도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 북상 중인 도요새 무리들은 영양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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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독새기 포기 사이에서 은밀히 살금살금 움직이는 녀석, 활동반경이 대단히 좁고 거리는 멀다.
더 이상 제 동료의 울음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이 녀석들은 늘 그렇더라. 처음 한 번만 속아준다. 
하지만 일단 포착된 이상 나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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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깊은 곳에서 소리를 끌어올려 목을 부풀려 울음을 토해낸다.

먹이활동 도중 간간이 울음을 토해낸다. 녀석의 우는 모양은 뜸부기와 유사하다. 물론 소리는 많이 다르다.
온 힘을 다해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토해내는 울음소리는 작고 낮지만 멀리 간다. 
녀석은 암컷이다. 아마도 수컷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암컷, 녀석은 영역 내에 여러 마리의 수컷을 거느리고 알을 낳아준다. 새끼는 수수한 수컷이 도맡아 키운다. 
수컷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만나지 못했거나 이미 어디선가 알을 품고 있을 수도 있겠다.  
우는 횟수가 잦은 것으로 봐서 아직 만나지 못한 듯..
내 생각이지만 녀석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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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녀석이다. 독새기 풀포기 사이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난데없이 날아와 목욕하고 몸단장 마친 검은머리물떼새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종이 다르니.. 
좀 더 익숙해지면 나오겠지, 나와 목욕도 하고 보란 듯이 짝짓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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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호사도요, 내 오랜만에 너를 만났으니 좋은 일들이 마구마구 생길 듯하고나.
우리 서로 만사형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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