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시 2 

                      김경훈

 


당신의 이름은
- 이덕구 산전에서 

너덜 밭 일구어내며 심장에 박힌 
총소리 파편들과 동지들의 배곯는 소리
골골이 묻혀있는 자리 뒤집던 당신은 
뜨겁게 불꽃 일으킨
당신의 이름은 쟁기다. 
 
한라를 퍼서 바람 휘몰아치는 추자도 남쪽 바다 메우고
지리를 퍼서 울렁이는 완도바다 골 메워
한달음에 안기고 싶었던 하나의 반도 
당신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삽이다. 

잠들지 못한 
서러운 한으로 남아 있으신가 
붉은 땅 높은 이랑 만든 가슴을
슥슥 긁어내 환한 하늘아래 꽃대 올리고자 하는 
당신의 이름은 호미다

당신의 이름은 벗이며 혁명이다
당신의 이름은 한라에서 만주까지 
통일의 땅
뛰어가고 날아가고 휘몰아 치는 
당신의 이름은 
한 사람 한 사람 우리의 이름이다. 

 

뉘라서 나를 부르는가 
- 정충식 선생에게 

그대가 사는 세상은 어떠한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그런 세상인가
우리가 목숨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그 세상이 되었는가 
그리 되지 않았는가
영혼은 숨죽이고 돈이 지배하는 

그런 암울한 세상인가
그렇다면 지금 그대가 있는 그 자리가 
삶의 의미와 가치가 존중되는 
역사발전의 자리라 생각하기를 
그런 세상을 위하여 
지금 이 순간 다시 시작하기를 
그것이
나와 우리 제주도 인민들이 바라는 일임을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들을
헛되이 말기를 
그 세상에서 산 자 죽은 자
다시 만나기를
나는 무덤도 없이 차가운 땅에 누워
그대에게 바라고 또 바란다.

* 이 시는 2020년 7월, 이덕구 산전을 같이 다녀온 전북농민회 정책위원장 정충식 선생이 답사 길라잡이인 나에게 보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