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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광주에서 이번 주말, 그러니 4월 8일까지 전시회가 열립니다. 
늦었다 한탄 말고 다녀가시길,
작은 전화기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웅혼함을 볼 수 있으리니..

 

한밤에 내리는 눈송이, 2023 박홍규
저녁강, 2023 박홍규
달빛 너머, 2023 박홍규
별빛 따라, 2023 박홍규

한겨울 내내 눈이 오는, 바람이 부는,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정흥의 석대들녘을 걸었다. 
저녁 탐진강에 비치는 달빛을 보며 서성거리거나 꽁꽁 언 겨울강 돌다리를 건너 다니며, 자울재 너머 별빛을 쫓다가 내가 128년 전 그때의 동학농민혁명군이 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들은 무엇에 치를 떨며 죽창과 총을 들었고 환희와 열정에 들떠 눈부시게 산화해 갔을까? 
그 웅혼한 기상과 강장한 심기는 어디서 움터, 온 세상에 봄꽃이 일시에 개화하듯 터져, 온 산하에 꽃을 피웠을까?
경이로운 역사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왜 남도의 석대들녘까지 밀려와 그때의 동학혁명군을 그리고 나무에 새기고 있는지 지금도 뚜렷한 확신을 갖지 못함을 확인한다. 허나 어떤 거역할 수 없는 힘에 밀려왔거나 질질 끌려와 여기 혈전의 현장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자포자기한 심신을 추스릴 기운을 그때의 영령들로부터, 주위의 지인들과 동지들로부터 수혈받아 멀쩡하게 다시 살아있다. 
그리고 확고한 신념은 아니지만 이런 확인은 할 수 있었다. 허접한 지난 일도 오늘의 나에게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데, 하물며 조선반도를 흔들었던 그때, 격정적으로 뜨겁게 온몸을 던진 혁명가들의 웅혼한 기상이 지금 이 천민자본주의와 개방농정 시대를 버겁게 살아가는 곤궁항 영혼들에게 어찌 관통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역사와 예술, 그 숭고한 아름다움을 기록한다는 것을 피하거나 부정하는 시대는 불순하거나 불행하다. 지들 마음대로 삭제하고 왜곡하는 예술행태는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다는 것을 역사는 누누이 확인시켜 왔다. 아마 내가 우리 미완의 혁명의 역사를 붙들고 새기는 작업은 그래서 신념이라기보다는 필연이다. 

 

혼비백산, 2023 박홍규

혼은 바람과 함께 날아가고
백은 육신과 함께 흩어진다.

땅끝, 2023 박홍규
아리랑고개1, 2023 박홍규
아리랑고개2, 2023 박홍규

아리랑은 봉건시대를 타파하고 근대로 진출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 민중의 집단 창작가요다. 아리랑고개를 떠난 님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고개는 열두 구비, 고비마다 한이 쌓이고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우리는 마지막 열세 구비를 힘겹게 넘어가는 중이다. 웅혼한 사람들이 넘어간 고개를 우리도 넘어야만 하는 역사의 필연, 그 고개와 들녘과 강변, 그리고 대둔산 천애의 암벽, 남도 땅끝까지 미치지 않은 곳이 없던 산천을 찾아가 그 시대 사람들을 조응한다. 

그 순결하고 웅혼한 기상이 느껴지는가?
그러하면 다시 개벽의 시작이다. 

봄이 오는 탐진강가에서 우공 박홍규

 

녹두꽃은 영원하리, 2018 박홍규
검결, 2023 박홍규
최보따리 해월, 2023 박홍규
새 세상을 여는 사람들; 2023 박홍규

안타까이 봄소식을 기다려도 
봄빛은 끝내 오지를 않네
봄빛을 좋아하지 않음이 아니나 
오지 아니하면 때가 아닌 탓이지
비로소 올 만한 절기가 이르고 보면 
기다리지 아니해도 자연히 오네
봄바람이 불어 간밤에 
일만 나무 일시에 알아차리네
하루에 한 송이 꽃이 피고 
이틀에 두 송이 꽃이 피네
삼백예순 날이 되면 
삼백예순 송이가 피네
한 몸이 다 바로 꽃이면 
온 집이 모두 바로 봄일세

대원군 밀서, 2023 박홍규
날으는 홍범도, 2023 박홍규

 

무제, 2023 박홍규

농민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장면,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녘,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애끓는 심사가 그들의 뒷모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무여 장하다
삼천만 대중의 묶였던 족쇄를 끊고
용감히 쓰러진 혁명의 투사여~

동무여 장하다
그대들이 두고 간 위대한 피의 선물
혁명은 왔구나 해방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