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병이 장차 이를 것이다. 일이 심히 급박하다."
전주화약 이후 2차 봉기에 이르는 시기 조선 땅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민씨 일파의 요청에 따른 청의 파병 결정은 일본군 상륙의 구실이 되었다.
일본군은 인천에 상륙하자마자 한양으로 올라가더니, 급기야 경복궁을 침범하여 민씨 일파를 몰아내고 대원군을 앞세워 친일내각을 출범시켰다.
임오년 청나라에 납치된 이래 12년 만에 대원군이 정계에 복귀했다.
일본은 자신의 침략행위와 내정간섭의 방패막이로, 대원군은 고종과 민비를 폐위시키고 새로운 왕을 세워보겠다는 속셈이 있었다.
대원군은 평양에 주둔한 청군과 호남의 농민군, 조선 팔도의 의병을 불러 모아 일본군을 협공하여 몰아내려 했다.
허나 가장 믿었을 청나라 군대가 일본군에 패하여 기본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청일전쟁 이후 폭주하는 제국주의 일본에 맞설 가장 큰 힘은 동학 농민군에 있었다.
개화파가 됐건, 위정척사파가 됐건 양반계급은 기본적으로 농민군을 적대시했다.
그들에게는 외세의 침략보다 신분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농민군을 쳐 없애는 일이 급선무였다.
갑오개혁을 추진하던 개화파 내각이 농민군 토벌 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이를 일본군에 일임함으로서 그들은 최후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
대원군이 공 들여 의병 거사를 호소했던 양반 무리들 역시 일본에 맞설 의병보다 농민군 잡는 민보군 창설에 앞장섰다.
2차 기병을 앞둔 농민군들은 이런 가시밭길을 헤쳐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대원군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으니 그는 여전히 농민군의 북상에 기대를 걸고 밀사와 밀지를 보내 이를 도모하고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그 노력이 부질없었을지언정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농민군을 적대시한 것에 비하면 한결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원군의 이러한 의지와 노력이 2차 기병을 준비하는 농민군 지도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전봉준 공초’는 피체된 전봉준을 심문하던 일본이 농민군과 대원군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전봉준은 이를 단호하게 부인하고 때로는 숨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농민군과 대원군의 관계와 그들이 서로 약조하고 계획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긴밀하고 구체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의 관계를 상하 혹은 추종의 관계, 보국안민을 기치로 내건 농민군의 반봉건투쟁과 계급성을 폄훼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들은 각기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망국의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원할 우군을 찾았던 것이며, 계급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제국주의 침략에 따른 민족문제에 눈뜬 선각자들이 아니었을까?
다만 그들이 물질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제국주의 침략세력을 격파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낼 주체세력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시대적 한계가 있었음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갑오년으로부터 130여 년이 지났건만 우리는 여전히 제국주의 침략 세력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자주독립국가 실현의 꿈, 미완의 해방이 오늘날 윤석열 정권을 낳았다.
그런데 제 나라 국민을 상대로 내뱉는 대통령의 거친 행동과 언사, 일본을 향한 다함없는 애정행각을 보고 있노라니 이제야말로 정말로 끝까지 왔구나 싶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구시대의 끝자락에서 구체제의 말기적 증상을 목격하고 있음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 문을 열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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