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구 선생님을 따라 한라산을 올라간 열여섯 살 김민주, 할아버지가 되어 과거를 회상하며 부른 악보도 없고  제목도 알 수 없는 노래.
하여 어떤 이는 '없는 노래'라 이름지어 부른 노래,
한라산 유격대를 추모하는 위령제에서 산오락회가 불렀다.

소설 《제주도우다》에 이 노래가 등장한다.

총알도 떨어지고 식량도 떨어졌다. 이 목숨을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완전한 패배가 분명하고 최후의 순간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밤의 정적 속에서 멀리 해안선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먼 우렛소리처람 아련히 들려왔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직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무렵 입산자들 사이에 갑자기 번진 노래였다.
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어두운 빛을 사방에 들이밀어 오노라
만경창파에 성난 파도 뱃머리를 진동해
둥실 떠가는 작은 배 나갈 길 막연해
나갈 길 막연한 작은 배는 제주섬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한 대원이 "아 슬프다!" 하고 괴롭게 탄식했다. 함박눈이 성글게 퍼들퍼들 내려오다가 모닥불 위 허공에서 녹아 스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