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나의 영혼의 단짝, 국수를 무쟈게 좋아했다.
나로 하여금 혈당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로 만든 원인 중의 하나가 국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망은 없다, 맛있게 먹었으니.. 
그러니 영영 끊고 살 수는 없다. 
하여 나는 혈당 걱정 없이 맘껏 먹을 국수를 찾는다. 
우연히 들른 한살림 매장에서 사둔 국수가 있었으니 보리국수, 그것도 보리로만 만들었다는..
곤약국수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샀더랬다. 

영양정보(100g당) 탄수화물 24%, 당류 2%, 지방 5%, 단백질 17%

두어 달만에 드디어 먹을 결심을 한다. 
어젯밤 일이다. 
국수 삶는 법은 봉지에 쓰여 있다.
특이하게도 5분 삶고 5분 뜸을 들이라 했다. 
삶는 과정에서 거품이 많이 일어나 찬물 두어 차례 부어가며 잘 저어주었다. 
뚜껑 닫아 5분 정도 뜸 들이는 것 말고는 일반 국수 삶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꽤 쫀득거린다, 보리(늘보리)로만 만들었다는데 좀 신기하다. 
늘보리가 뭔가 하고 찾아보니 겉보리다.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했다는 그 껕보리, 우리 아버지 세대의 애환이 서린..

두유 제조기로 만든 콩물에 약간 적다 싶은 보리국수, 넘새밭에서 뜯은 채소(솔, 딜, 겨자잎)와 닭가슴살, 참송이 따위가 들어갔다. 
간은 두유에 들어간 굵은소금 약간, 닭가슴살과 참송이를 버무리며 첨가한 사과식초와 동백기름뿐이다. 

맛있다, 참말로.. 국수는 늘 맛있다. 

하! 이런.. 이건 꿈같은 일이다. 
하여 검증 들어간다. 

여자친구가 만들었다, 좀 더 국수답게..
다시 국물을 내 달걀을 풀었다. 
국물 내는데 멸치, 새우, 무, 다시마, 북어 대가리 등 온갖 것을 다 넣었다. 
콩물 대신 다시 육수, 닭가슴살 대신 계란이 들어갔다. 

맛있다, 참말로.. 국수는 늘 맛있다. 

같은 국수 먹었는데 사뭇 다르다. 
늘보리라 그런가? 느리다, 그런데 꽤 올랐다. 
다르다면 다만 국물이 다르고 양이 다르다. 
혈당이라는 것이 참.. 요물인가?
그때그때 달라요?
삼세판 검증 후 결론을 보는 것으로, 나에게는 아직 한 판의 국수가 남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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