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무늬와 색의 잎사귀와 꽃색깔을 가진 족도리풀이 한데 엉켜 큰 군락을 이룬 골짜기가 있었다. 
이 중 노란 꽃을 피우는 족도리풀을 야생화 동호회 사이트에 게재하였고 이를 계기로 두차례 탐사 안내를 하게 되었다. 
두번째는 식물학자 이영노 박사를 안내하였고 이 분이 선운족도리풀이라 이름붙였다. 
그 후로 입소문을 타 탐사객들 발길이 이어져 자생지가 몸살을 다소 앓았다. 
지어 이듬해에 가서 보니 노란색 꽃이 피는 개체를 누군가가 싹 훑어가버렸다. 
아마도 내가 안내했거나 나중에 다녀간 사람 중에 불순분자가 잠입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인기가 시들해져 사람들 발길이 뜸한 모양이다.
많은 개체가 건강하게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웠다.
다만 선운족도리라 이름붙은 녀석들은 이제 대단히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다.
단 두개체만이 외로이 터를 지키고 있다.
다시 예전처럼 풍성하게 자손을 잘 퍼뜨리길 기대해본다.

2005년 찍은 것

2005년 찍은 것

대부분의 족도리풀은 이런 꽃을 피운다.


그 일 이후로 나는 왠만해서는 누구한테 묻지도 않고 가르쳐주지도 않고 혼자 다니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고 소문난 야생화 자생지에는 잘 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 보지 못한 꽃은 영영 보지 못할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못보는 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아무도 보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이 더욱 두려운 일이다.


그나저나 봄이 쏜살같이 지나쳐가는 모양이다.
불과 며칠 사이 보이지 않던 솔붓꽃이 꽃대를 올렸고 금붓꽃은 이미 대부분 져버리고 겨우 한두개체만이 꽃을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