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고흥 가던 길, 순천만에 들렀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다양한 모습으로 순천만을 즐기고 있었다.
천문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살피니 육지 깊숙이 들어온 갯벌 끝부분과 인근 논에 흑두루미들이 모여 있고 이따금 흑두루미 떼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먼 거리에서도 '끼루룩 끼룩'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녀석들 꽤나 시끄럽다.

새들이 있던 방향을 짐작하고 농로를 통해 가깝게 접근해본다.
무성한 갈대가 배경이 된 갯벌 근처 논에 많은 수의 흑두루미들이 내려앉아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흑두루미들이 연신 내려와 앉는다.
사진으로 보니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나 실상은 꽤 다르다.
이날 초겨울임에도 상당히 추웠다.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살을 에이고 가까이서 듣는 흑두루미들의 울음소리는 퍽이나 시끄럽고 부산스러웠다.
사진은 현장의 진실을 다 전해주지 못한다.

 
 


흑두루미 한 가족이 가까운 논에 내려앉는다. 
어미 둘과 새끼 둘, 가장 전형적인 흑두루미 가족이다.
머리 부분이 하얗고 눈테가 검은 것이 어미, 그렇지 않은 녀석들이 어린 새들이다.

갯벌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이동하다 갯벌로 들어갈 수 있게 나무다리가 만들어져 있는 곳을 발견하였다. 
길 찾기는 역시 감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갯벌에는 흑두루미 한 패거리, 쇠기러기 한 패거리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 쉬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들다는 검은머리갈매기들이 바람을 가르며 열심히 날아다니고 있다. 

갯벌에 설치된 나무다리, 갯벌 탐방로이다.
쇠기러기
검은머리갈매기
 


이 가족은 새끼가 한 마리뿐이다.
처음부터 한 마리, 혹은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다.

  


새들 말고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기 힘든 갯벌 가운데 흑두루미들이 모여 쉬고 있다.
소중한 깃털을 손보고 있거나, 깃털 속에 부리를 박고 잠을 청하거나..

순천만은 람사협약에 등록되어 보호되고 있다.
순천만의 대표 철새가 된 흑두루미는 전 세계에 2만여 개체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조류이며 현재 350여 마리가 순천만에 와 있다고 한다.
흑두루미가 도래하는 순천만 일대의 농경지는 대규모 친환경 단지로 지정되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순천시 등 관련 단체에서는 흑두루미 서식환경 보호를 위해 전봇대를 뽑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당 부분 허튼짓이 되어버리기 쉬운 행정기관, 지자체의 노력이 순천만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늘어나는 관광객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함께 늘어나고 있는 흑두루미 등 철새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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