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톤 통일쌀 나락만 보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6.15 10주년 릴레이 인터뷰②] 위두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장명구 기자 jmg@vop.co.kr
올해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 국방위원장이 만나 분단 이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통일의 이정표’라 불리는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안타깝게도 10년 전 그날부터 화해와 협력의 길을 걸어 온 남북관계가 최근 들어 꽁꽁 얼어붙어 아직까지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중의소리>는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봄’을 열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민간 통일운동 대표들의 고민과 다짐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11회에 걸쳐 들어봅니다.
“농민들이 경작한 통일쌀 나락이 전농 사무실 앞에도 24톤 정도 쌓여 있어요. 좋은 나락을 북의 인민들에게 하루 빨리 보내야 하는데 갈수록 질은 떨어지고. 묶여 있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지요. 나락만 보면 가슴이 무너지는게...”
위두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가슴을 움켜쥐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농민들의 대북 접촉과 통일쌀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며 “매년 40만톤 정도씩 보내던 통일쌀을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단 한 톨도 보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위두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민중의소리
하지만 위 사무총장은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민족의 식량자급을 걱정했다. 그는 “쌀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라 수입쌀 재고가 쌓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쌀자급률은 99.6%(2006년 기준)로 거의 100%에 근접한다. 그러나 조금 흉작이라도 들면 쌀자급률은 9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농민들만이 아니라 농업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위기의식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 사무총장은 자신이 만난 한 농협 조합장은 “전농 사업에 대북쌀 지원 사업이 들어가 있냐, 안 들어가 있냐”고 따져 물었다고 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북쌀지원’ 얘기만 꺼내면 “북에 군량미 주려는 것 아니냐”, “핵무기 보태주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던 사람이었다.
위 사무총장은 올해가 6·15남북공동선언 1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대북쌀지원 차원이 아니라 아예 대북쌀지원 법제화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우선 북미관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정세를 보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유화적 국면에서 충분히 대북쌀지원 법제화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예측이다.
또한 위 사무총장은 굳이 남북관계가 풀리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명박 정권이 ‘쌀’로 인해 외통수에 내몰리면 ‘대북쌀지원 법제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쌀대란’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은 단순힌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관련 종사자들, 상인들, 농촌에 적을 두고 있는 도시민 등 온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농은 오는 3월 중에 대북접촉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북쌀지원 재개 및 법제화와 관련한 현실적 논의를 위해서다.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맞는 ‘남북농민 대동한마당’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사랑방 좌담회를 통해 ‘통일쌀’에 대한 농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낸다는 방침이다.
위 사무총장은 “쌀대란을 해결하는 것이 탄압을 한다고 막아지겠냐”라며 “악독한 탄압은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농민들의 순박한 바람이 올해만큼은 꼭 이뤄질 수 있을까. 그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명구(名句)를 빌어 이 물음에 답했다.
“어둠은 곧 새벽을 뜻하는 것입니다.”
<장명구 기자 jmg@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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