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2022.05.29돌아보면 우리 역사의 어느 한순간 격렬하거나 숭고하지 않은 때가 없다. 격랑의 근현대사에서 5월은 특히 그러하다. 80년 5월 광주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이고도 전투적인 투쟁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세월을 좀 더 거슬러 동학농민혁명의 연대기를 들여다보자. 1만여 농민군이 집결한 백산 대회, 황토현 전투와 황룡강 전투, 전주성 점령에 이르는 승리와 환희의 순간들 모두가 5월 한 달 동안에 있은 일이다. 2018년 정부는 우여곡절 끝에 5월 11일을 동학농민혁명 기념일로 정했다. 이날은 농민군의 빛나는 첫 승리인 황토현 전승일이다. 당시 조선의 5월은 어땠을까? 6월 말, 하지 전후를 모내기 적기로 삼던 때였다. 1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모내기 시기가 한 달여 앞당겨졌다. 30여 년 전, 19..
호사도요, 5년 만의 만남
호사도요, 5년 만의 만남
2022.05.12문득 소리가 들렸다. 호사도요!! 엔진 정지, 고요한 논벌에 호사도요 울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도무지 찾을 길이 없어 나도 소리를 튼다. 몸 가까이 날아와 앉았으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윽고 녀석의 눈과 부리가 보인다. 녀석도 나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제 동료 소리에 반응을 보이던 녀석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5년 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내나 5년 전 그 논배미다. 살짝 몸을 뺐다가 다시 돌아와 시동을 끄고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시 울음소리 들리고 나는 눈알이 빠지도록 녀석을 찾는다.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
만돌 갯벌 민물도요
만돌 갯벌 민물도요
2022.05.07여름옷으로 갈아입은 민물도요, 녀석들은 만조 때가 되면 갯벌을 떼 지어 날아다니며 세력을 과시한다. 가창오리 군무에 비할 바는 아니나 은빛 번쩍이는 녀석들의 춤사위도 꽤 볼 만하다. 갯벌을 뒤지는 녀석들, 분주하기 짝이 없다. 조개류, 갑각류, 갯지렁이를 잡아먹는다 했다. 갯벌에 물이 차오르면 녀석들은 만조에도 가라앉지 않는 땅을 찾아 모여든다. 유라시아와 북미의 북극해 연안에서 번식하고, 중국 남부, 한국, 일본, 중동, 지중해 연안, 북미 동부, 서부 해안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며 일부는 해안 사구, 하구에서 월동한다. 7월 초순에 도래하며 5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박종길 저) 그러니 녀석들은 단 두 달, 길게 잡아도 세 달 사이에 번식지로 이동해..
붉은양진이(적원자), 노랑허리솔새
붉은양진이(적원자), 노랑허리솔새
2022.05.054월 말 5월 초 철새 이동 성수기, 봄날이 간다. 한껏 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섬을 찾았다. 늘 가보고 싶었던 외연도, 낚싯대 펴는 동안만 가슴 부푸는 서툰 낚시꾼처럼 되지 않기를.. 이 시기 섬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새들을 만나게 되기를.. 이런 마음이었던 것이다. 허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개미잡이를 봤더라면 여한이 없었겠으나 연이 닿질 못했다. 수컷이 아니어서 다소 아쉬웠던 붉은양진이, 여심의 여지없이 또렷한 자태로 사진기에 자욱을 남긴 노랑허리솔새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캄차카에 이르는 유럽과 아시아의 아한대, 남쪽으로 발칸반도에서 히말라야까지, 중국 중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인도, 인도차이나 북부, 중국 나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