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나비 이야기
거꾸로여덟팔나비
거꾸로여덟팔나비
2017.07.04우리나라 나비 이름은 대부분 석주명 선생이 붙여준 것이다.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의 작명법은 매우 통속적이고 직관적이며 학술적이다. 그는 학명과 조선 이름, 일본 이름까지 비교해가며 나비의 형태와 무늬, 습성, 생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이름을 붙였다. 거꾸로여덟팔나비는 "거미줄이라는 의미를 지닌 학명보다는 나비의 형태를 더 잘 표현한 일본 이름에서 따왔다"고 밝히고 있다. 매우 활발하고 과격하게 날아다니며 점유활동을 벌이던 녀석은 꼭 나와 마주보고 앉아 나를 노려보느라 끝내 등을 보여주지 않았다. 날개 안쪽 기부의 무늬가 거미줄같기도 하다. 오뉴월, 칠팔월 연 2회 발생하며 번데기로 월동한다. 식초는 거북꼬리.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2016.05.29전국 각지에 분포하며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1100미터 이상 고지의 관목림 초지에 서식한다. 작년 강원도 정선 두메 산골에서, 그리고 이번에 한라산 높은 산중에서 본다. 봄처녀나비, 시골처녀나비 등의 처녀나비 무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직접 접견하였다. 도감에 적힌 서식 조건에 영락없이 맞아 떨어지는 이스렁오름 정상을 점령하다시피 많은 개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모습이 수줍은 처녀와 같아 처녀나비라 이름지었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활달하고 쾌활하며 호기심 많고 까칠한 처녀의 모습이다. 잠시도 한 곳에 안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옮겨다닌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도처에서 짝짓기가 시도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한참을 공을 들이는 것은 아마도 수컷일 터이다. 방금 ..
섬진강변 부전나비
섬진강변 부전나비
2015.09.05아무런 수식이 없는 그야말로 부전나비. 가을이 오는 길목 한가로운 섬진강변 부전나비 암컷 한 마리 날개를 활짝 열고 한가롭다. 어디선가 날아온 수컷과 짝짜꿍 하려는 찰나 느닷없이 날아온 또 한 녀석 무작정 들이대다 헛물켜고 사라진다. 수컷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아 꼬마신랑처럼 보인다.
애물결나비
애물결나비
2015.09.051년에 한번 정도나 보는 애물결나비. 흔하다는데 왜 눈에 잘 안띄는걸까?세상은 그저 물결나비 천지..
줄나비
줄나비
2015.09.04줄나비. 많은 줄나비들 가운데 그냥 줄나비. 석주명 선생은 "검은 판에 흰줄이 있으니 간단히 줄나비라 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 사진이 사뭇 다른데 위쪽 사진이 암컷, 아랫사진이 수컷으로 보인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날개의 폭이 넓고 외연이 둥글며, 뒷날개 흰색 띠의 폭이 넓다고 되어 있다.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각지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한다. 산지의 계곡 주변 숲에 서식하나 산기슭에서 정상까지 활동 범위가 넓다. 습기 있는 땅바닥과 새의 배설물이 있는 돌 위에 잘 모인다. 식수는 올괴불나무, 각시올괴불나무. 애벌레로 월동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연 2~3회 발생한다.
울릉도 청띠제비나비
울릉도 청띠제비나비
2015.08.14무척 보고싶었다. 남도에 가면 녀석을 보자고 눈에 불을 켜고 다니기도 했다. 청띠제비나비, 너를 멀리 울릉도에 와서야 보게 되는도다. 처음 본 순간, 행남 해안길을 걷는 도중 홀연히 나타났다 렌즈 갈아끼우는 사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날, 녀석을 제대로 한번 만날 요량으로 일행과 떨어져 저동에서 섬목까지 길을 잡아 내처 걸었다.내내 보이지 않던 녀석은 석포 마을을 지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홀연히 나타났다 미련없이 사라지기를 여러차례..쏜살같이 날아디니는 녀석이 절대 앉는 법 없이 길가의 숲을 따라 핑 하고 날아가버린다. 석포 전망대 가는 오름길에서 한 곳을 계속 선회하는 녀석을 만났다. 허공을 향한 무수한 총질 끝에 겨우 얻은 사진들이다. 선창으로 내려가는 길가 축대에 심어놓은 송..
범부전나비의 과격한 비행
범부전나비의 과격한 비행
2015.07.30무더위를 무릅쓰고 방장산을 오른 데는 푸른큰수리팔랑나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몫했더랬다. 오랜만의 방장산 능선 산행으로도 녀석들을 보지 못하고, 해질 무렵 임도 순찰에서 정신 사납고 강렬하게 점유 행동을 하는 나비를 포착하였다. 이토록 민첩하고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나비는 보지 못했다. 나비가 시푸레 보이 기도 하고 필시 푸른큰수리팔랑나비다 싶었다. 허공에 대고 공연한 속사만 날리다 녀석들이 임도 주변 칡넝쿨 꼭대기에 앉았다 날았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300mm 달고 트럭 지붕 위로 올랐다. 녀석들을 포착한 순간.. 녀석들이 범부전나비였음을 단숨에 알아보았다. 날개 무늬가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켜 '범'을 가져다 붙였다는 석주명 선생의 직관적인 혜안이 빛을 발한다. 도감에서 익히 낯을 익..
논이 품은 작은 생명체들
논이 품은 작은 생명체들
2015.07.28언제 클까 싶던 모가 자라 벼가 되고, 어느새 수잉기가 되어 어른이 될 준비를 한다. 이삭거름을 할 시기, 때는 바야흐로 한여름.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땀이 흐르지만 잘 자란 벼를 보는 농사꾼의 마음은 꽤나 여유롭다. 이삭거름 뿌리고 삽자루 들고 물꼬 단속하러 다니면서 벼 포기를 들여다본다. 잠깐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무쟈게 많은 작은 곤충들을 본다. 논 말리기 전 모 때울 때 보니 묘하게 생긴 수중 동물들이 우글거리더니 다 자란 벼 포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이 바글바글하다. 논은 참으로 생태계의 보고로구나. 이름표 붙이다 삽자루 썩겄다. 아직 이름표를 못 받은 녀석들은 분야별 전문가 그룹에 의뢰해놓았다. 쇠포리쯤으로 보이는데 갓 나온 녀석인지 순해 보인다. 이 녀석들은 계보가 복잡하다. 우..
방장산에서 본 금강산귤빛부전나비.
방장산에서 본 금강산귤빛부전나비.
2015.07.06금강산귤빛부전나비를 보았다. 방장산에서.. 내가 가진 도감에는 서남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도감대로라면 고창에서는 볼 수 없어야 맞다. 처음에는 귤빛부전나비가 많이 닳고 닳아서 이렇게 된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더듬이와 몸통 등이 금강산귤빛부전나비와 일치하여 다시 더듬어보니 금강산귤빛부전나비가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개체수가 적은 편이고 한낮에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데 용케 눈에 띄었다. 렌즈를 바꿔 다시 찾았으나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지난번 담색긴꼬리부전나비마냥..그러고보니 그 녀석도 고창에서 볼 수 없는것으로 되어 있는데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졌었다. 금강산귤빛부전나비지리산 이북의 내륙산지를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분포하며, 6월 중순에서 8월에 걸쳐 연 1회..
손가락에 나비 올리기
손가락에 나비 올리기
2015.07.04손가락에 나비 올리기, 이른바 손가락 신공. 다른 사람들이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신기하게만 여겼는데 이게 되는구나. 갓 나온 녀석이거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녀석이거나.. 혹은 손가락에 나비가 좋아하는 단물을 바르고 나비 가까이하면 잘 올라온다 한다. 아침 일찍 논에 다녀와 수돗가에서 발을 씻다가 풀섶에서 눈에 띈 녀석. 손을 내미니 올라온다. 이렇게 하는 거로군. 손가락 위의 나비가 위풍당당하다. 그거 재밌네.
니가 진짜 지리산팔랑나비로구나!
니가 진짜 지리산팔랑나비로구나!
2015.07.03재작년 여름 산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나비 한 마리가 눈에 꽂혔다. 장수 뜬봉샘 가는 길에 만난 돈무늬팔랑나비. 그놈 참 묘하게 생겼다 하고 인터넷을 뒤져 "니가 지리산팔랑나비로구나" 했더랬다. 그날 이후 나비가 자꾸 눈에 들어오고 조금씩 나비에 대해 알아가던 중 그 녀석이 지리산팔랑나비가 아닌 돈무늬팔랑나비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언젠가 지리산팔랑나비 만날 날도 오겠지 했다. 드디어 만났다, 지리산팔랑나비. 화엄사 인근에서 술 한잔 하고 천은사를 찾았다. 화엄사에서 천은사로 이주해 살고 있다는 거의 마지막이다 싶게 남은 몇 안 되는 낭비둘기들을 보고 싶었다. 내심으로는 지리산팔랑나비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기대가 현실이 되었다. 절 주변 개망초와 큰까치수영이 뒤섞여 피어 있는..
뱀눈그늘나비
뱀눈그늘나비
2015.07.01네발나비과의 뱀눈나비아과에 속한 나비들은 날개에 점이 박힌 원형 무늬들을 지니고 있다. 왜 하필 흉측한 뱀눈을 가져다 이쁜 나비 이름에 붙였을까 했다. 그런데 산길을 오르다 만난 곷뱀의 눈과 비교해보니 과연 뱀눈이다 싶다. 잘 붙인 훌륭한 이름이다.흰뱀눈나비, 참산뱀눈나비 등과 함께 이름 자체에 '뱀눈'이 들어간 볓 안되는 나비중의 하나 뱀눈그늘나비를 만났다. 고창에서는 볼 수 없거나 보기 어려운 나비가 되겠다. 뱀눈그늘나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 분포하나 서해안 남부지역과 남해안 일대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그늘진 숯 가장자리에서 주로 활동한다. 연 2회 발생하며 5월 말부터 9월에 걸쳐 나타난다. 암컷은 식초(참억새, 띠)의 잎에 한개씩 산란한다. 애벌레로 월동한다.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