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5월 지리산, #3. 세석~천왕봉
5월 지리산, #3. 세석~천왕봉
2017.06.09세석 대피소는 마치 한증막 같았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모포를 들고 거실(?)로 탈출해서야 편한 잠을 잤다. 오늘 아침 일출 시각은 5:18, 시간 맞춰 촛대봉에 오른다. 3~4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싶었는데.. 도착과 동시에 해가 떠오른다. 바람은 그리 심하지 않다. 해는 천왕봉 오른짝 옆구리에서 올라왔다. 넘실거리는 자욱한 구름 따라 빛도 일렁인다. 몽환적인 일출, 벌어진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천왕봉을 향해 길을 잡아 나간다. 잠 깨어오는 산하.. 쿵쾅쿵쾅 가슴이 뛴다. "지리산 산자락만 봐도 가슴이 설레인다"던, 산을 타도 참으로 억세게 탄다는 이석기 의원을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옥에 갇힌 모든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다. 촛대봉 지나 연하..
5월 지리산, #2. 연하천~촛대봉
5월 지리산, #2. 연하천~촛대봉
2017.06.08새벽녘 목 축이러 나간 대피소 마당에서 은하수를 보았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은하수지.. 참으로 별 많다. 느지막이 일어나 행장을 꾸려 길을 나선다. 늦은 출발이라 하지만 일곱 시가 채 되지 않았다. 간밤 생각지 않았던 마가목술의 출현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으나 약간의 숙취를 남겼다. 밥은 벽소령에서 먹는 걸로.. 날이 몹시 맑다. 그야말로 쾌청, 구름 한 점 없다. 아! 구름 있구나.. 좌우튼 날 좋다. 참으로 좋다. 어제와 달리 암봉이 자주 나타나고 확 트인 조망이 가는 발길을 시시때때로 부여잡는다. 어차피 오늘 세석까지만 가자 했으니 빨리 갈 이유도 없다. 휘파람새를 불러내 놀기도 하면서 느적느적 걷는다.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거북이 운행, 서늘한 바람이 같이 한다. 금강애기나리, 색감 참 오..
5월 지리산, #1. 성삼재~연하천산장
5월 지리산, #1. 성삼재~연하천산장
2017.06.075월.. 것도 하순, 지리산은 어떤 모습일까? 5월 24~26일 지리산을 탔다. 새벽 참 내린 비는 공연히 차단기만 건드렸다. 논마다 돌며 모다 다시 틀고 물꼬 단속 단단히 하고 길 떠날 채비를 한다. 명색이 농사꾼인데 내가 지금 이래도 되나 하는 망설임 따위는 접어두자. 돌아오는 날이면 논마다 물이 방방할 터이니..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고 모내기는 무난히 끝냈다. 어제오늘 기다리던 비가 촉촉이 내리고 나는 비로소 지리산에서 가져온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또 가고 잡네.. 지금쯤이면 조선의 누이 같은 함박꽃이 산길 곳곳을 환하게 밝히고 있으리라. #1. 성삼재~연하천 산장 간간이 소나기의 흔적이 보일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하늘엔 구름장이 두텁고 골에서 피어나 능선을 넘는 구름으로 산은 열렸다 닫혔..
지리산, 천왕봉 찍고 중산리
지리산, 천왕봉 찍고 중산리
2017.02.18촛대봉에서 맞은 일출, 구름에 가렸으나 해는 솟았다. 내심 맵짠 눈보라에 하얀 설산을 기대했으나 푸근한 겨울 지리산도 나쁘지 않다. 천왕봉 거쳐 중산리로, 마지막 노정이 남았다. 반야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 무등산.. 자잘한 산들은 강안개에 잠기고.. 연하봉 부근 그림이로다. 연하봉 북쪽으로 뻗어내린 지능선들 장터목 제석봉 오름길 제석봉에서.. 반야봉의 웅자 천왕봉 겨울 까마구 제석봉 너머 바래봉 능선이 장쾌하다. 철쭉 피는 날 가고 잡다. 그럴 수 있을까? 올해는 안될 것 같군.. 신속탄핵, 조기대선! 지리 주릉은 갈지짜 대원사골 치밭목에서 바라보는 달이 떠오르는 곳.. 웅석봉. 그래서 달뜨기능선이랬다. 하루쯤 비박하며 저 능선도 걷고 잡다. 그럴 날이 오겄지.. 하산길 김영승 선생님 조용히 말씀..
지리산, 촛대봉 일출
지리산, 촛대봉 일출
2017.02.17세석산장에 짐을 풀었다. 간밤, 산은 고요하고 따뜻했으며 손 뻗으면 닿을 듯 촛대봉 능선에 북두칠성이 걸렸더랬다. 별 보고 내려오던 길, 아차 하는 순간 빙판에 미끄러져 손톱이 깨졌다. 나도 이제 낙상에 주의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욱신거리는 손가락을 안고, 하지만 잘 잤다. 잠 깨어오는 산하, 촛대봉에 올라 해를 기다린다. 여전히 날은 따뜻하고.. 오늘이 입춘이랬다. 유장하게 뻗은 바래봉 능선 뒤로 한껏 몸을 낮춰 북진하는 백두대간 산줄기가 점점이 이어진다. 해는 이미 올랐던 모양이라.. 하늘에서 붉디붉은 빛이 내린다. 구름이 낮게 깔리고.. 오후 늦게 비가 온다 했다. 남부 능선 너머 그 아래짝 산들은 가본 바가 없어 도통 분간이 되들 않는다. 가 볼 날이 있겄지..
지리산, 영신봉 일몰
지리산, 영신봉 일몰
2017.02.17선비샘에 도착했으나 함께 할 일행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햇살 따스한 으슥한 곳에서 한 시간 가량을 기다린다. 산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벌써 봄인가? 살짝 졸음이 밀려온다. 시간을 가늠하여 다시 선비샘, 영태는 대열 후미에서 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익히 아는 분들도 계시고 대부분은 생면부지... 주릉에 서니 산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남부 능선 끝자락 삼신봉, 그 너머에 호남의 마지막 산 백운산이 버티고 있다. 그 사이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대성골, 그리고 백운산 어쨌거나 몸땡이가 잘쭉해야 사진발이 잘 받는다. 김영승 선생님 북쪽을 바라본다. 앞에 보이는 산은 엊그제 남원 산내에 들어가서 봤던 삼정산쯤 될까? 멀리 육십령 지나 솟구친 백두대간 덕유산 주릉이 펼..
지리산, 의신 마을에서 선비샘으로..
지리산, 의신 마을에서 선비샘으로..
2017.02.09겨울 지리산, 종주에 나선 사람들.. 나도 그 틈에 낀다. 하루 늦게 선비샘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의신 마을에서 선비샘으로 오르는 직동 길을 찾아 등산로의 특징과 경로 등에 대해 머릿속에 잘 넣어 두었다. 초행길이지만 선 답자가 남긴 gpx 파일이 있어 든든하다. 구례 사는 갑장 농사꾼이 실어다 주고 밥까지 사준다. 상쾌한 기분, 뱃심 좋게 길을 나선다. 산으로 곧장 이어지는 마을 골목길을 지나 몹시 가파른 산발에 일궜던 논밭을 지난다. 묵은 지 오래, 돌로 쌓은 축대는 무너지고 논밭에는 잡풀만이 무성하다. 가파른 산발을 타고 올라 작은 능선을 넘으니 산허리를 감아도는 매우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잘 닦인 길,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돌돌 물흐르는 골짝을 건너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는 곳, 고로쇠 물 받을 ..
비 내리는 지리산에서..
비 내리는 지리산에서..
2016.08.30석 달만에 나선 오랜만의 산행, 통 크게 지리산으로 잡았건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노고단에서 반야봉 찍고 피아골로 하산하려 했으나 임걸령에서 눈물의 퇴각.. 다시 노고단에 이르니 비가 그치고 지리산은 역동적인 구름바다를 보여주었다. 비 내리는 마산 상사마을의 아침. 드라마틱한 하루를 기원하며 드라마틱 모드로.. 앞집 지붕이 꽤나 이국적이다. 앞에 보이는 산은 사성암이 있는 오산. 성삼재에 차를 두고 산을 오른다. 노고단 대피소를 앞둔 마지막 고바위.. 노고단 전망대. 무얼 보시나? 소 둠벙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예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는 산의 배려, 맛배기로 살째기 속살을 보여주었다.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간간이 산이 보인다. 임걸령에서 목 축이고 퇴각을 결심한다. 반야봉에 ..
아! 지리산
아! 지리산
2008.10.16가고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