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불었다.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 한다.
갓 학교에 들어간 코흘리개들 세상 쓴맛 보여줄라나보다.
선운산 어느 골짝에 무리 지어 피는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간다.
부는 바람에 뒹구는 낙엽, 스산하기 짝이 없다.
손이 시리다.
능선 안부 고라당 볕 잘 드는 곳은 따스하다. 하지만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펑퍼짐한 산길을 싸드락싸드락 걷는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외진 골짝을 거슬러 오른다.
그 옛날 산사람들의 거처, 비트.
세월의 흐름 속에 흔적은 희미해지고 치고 들어온 나무 등걸은 해가 다르게 굵어간다.
비트에 들어앉아 산을 바라본다.
당시의 산은 어떠했을까? 그때도 이렇게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을까? 알 길이 없다.
선운산 지역은 고창지역 유격대가 마지막까지 웅거 하며 활동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그 자리를 들꽃이 대신하고 있다.
봐주는 사람도 없이 하 세월을 피고 진다.
혼자라도 좋고..
둘이면 더 좋다.
셋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