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불었다.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 한다.

갓 학교에 들어간 코흘리개들 세상 쓴맛 보여줄라나보다. 

선운산 어느 골짝에 무리 지어 피는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간다. 

부는 바람에 뒹구는 낙엽, 스산하기 짝이 없다. 

손이 시리다. 

 

 

능선 안부 고라당 볕 잘 드는 곳은 따스하다. 하지만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펑퍼짐한 산길을 싸드락싸드락 걷는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외진 골짝을 거슬러 오른다.

그 옛날 산사람들의 거처, 비트. 

세월의 흐름 속에 흔적은 희미해지고 치고 들어온 나무 등걸은 해가 다르게 굵어간다. 

 

 

비트에 들어앉아 산을 바라본다. 

당시의 산은 어떠했을까? 그때도 이렇게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을까? 알 길이 없다. 

선운산 지역은 고창지역 유격대가 마지막까지 웅거 하며 활동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그 자리를 들꽃이 대신하고 있다. 

봐주는 사람도 없이 하 세월을 피고 진다. 

 

 

혼자라도 좋고..

 

 

둘이면 더 좋다. 

 

 

셋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새, 나비, 풀, 꽃 > 풀,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강에 핀 포천구절초  (0) 2014.10.10
큰개불알풀  (1) 2014.04.09
복수초  (0) 2014.03.04
바닷가 모래밭 까마중  (0) 2013.10.14
바닷가 염전자리 함초밭 단풍  (0) 201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