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에서 전화가 왔다. 

까막인지 까마귄지 아직 안갔는데..

"까마귀가 왜 딱다구리 흉내를 내지?" 했던 정선 사람들이다. 

새로 두시, 네시간 반가량을 밤을 새워 달렸다. 

정선에 도착하니 예초기 싣고 막 밭일 하러 갈 찰라.. 길을 막아서고 길안내를 재촉한다. 

이 차가 갈 수 있나? 좌우튼 앞장서라 하고 차로 따른다. 

가파른 언덕길을 하염없이 올라 산 속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들어온것만 해도 얼마나 산 속인데 또 산 속으로 들어가나 싶다. 

정상부에 거의 다다랐다 싶은 산 속에 거짓말처럼 밭이 나타난다. 

밭을 에워싼 건너편 산 능선에 소나무 고사목들이 보인다. 

왼편에 보이는 고사목에 둥지가 있다고 일러준다. 



홀로 사진기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른다. 

따로 뚜렷한 길은 없다. 숲 바닥에는 자생하는 야생복분자가 지천으로 깔렸다. 

이따금 까막딱다구리의 나무 두들기는 소리가 숲을 울린다. 

딸기를 따먹으며 갈증으로 달래고 한바탕 오르니 송전탑 공사를 위해 뚫어놓았던 오래된 임도가 나타나고 이내 능선에 도달한다. 

얼마간 전진하니 고사목들이 늘어서 있는 목적지다. 



고사목 사이로 큼지막한 구멍이 뚫인 둥지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까막딱다구리 어린새가 보인다. 

ㅎㅎㅎ 너를 보기 위해 3년을 별러왔다. 

둥지가 바라보이는 다래덩굴 밑 적당한 은신처에 자리를 잡는다. 



아직 부리가 연해보이는 녀석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어미를 기다린다. 

간혹 어미의 울음소리가 근처에서 들리고 우렁차게 나무 두들기는 소리가 숲을 흔들기도 하지만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녀석도 무료하고 나도 무료하고.. 이제 배도 고파온다. 

이러기를 두어시간, 진짜 친부모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드디어 어미가 나타났다. 

홀연히..



엄마새가 왔다. 자식.. 되게 반가워한다. 



뭘 줬을까? 입에 물고오는게 아니라 토해내서 주는듯 하다. 



그러고는 잠시 뭔가 대화를 나누는 듯 허더니 어미새 훌쩍 날아가버리고 어린새 다시 홀로 남았다. 



이 녀석 행동이 과감해졌다. 

몸을 반나마 내밀고 어미새를 찾는지 깍깍거린다. 

어미새 왔을 때 동영상을 담으려 했는데 사진기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었다.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라,동영상을 담아보는데 이 녀석 갑자기 둥지를 박차고 집을 나선다. 

그거 한번 받아먹고 나서려고 두시간이 넘도록 둥지를 지켰다 이거지 ㅎㅎ.

그나 뭘 줬을까? 먹이 한번 받아먹고 나더니 강심장이 되었다. 

만나자 이별이라더니 영영 이별이다. 

아마도 다른 녀석은 이른 아침이나 어제 이소를 마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이소.. 그리고 텅 빈 둥지.. 

갑자기 숲이 쓸쓸해지는 느낌이다. 








까막딱다구리도 처음이지만 어린 새가 이소하는 장면은 처음 본다. 

어설프지만 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첫 비행이다. 

둥지를 박차고 나서는 녀석의 결연한 표정을 보시라. 

내가 본 녀석의 마지막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