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판 반납하고 돌아서는 길, 유리창에 빗방울이 비친다. 

임도를 타고 올랐다. 임도 주변으로 빨갛게 익은 나무딸기가 유혹한다. 

야생딸기 중에서 맛으로는 으뜸이겠다. 한참을 따먹는데 문득 쏙독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쏙쏙쏙쏙쏙쏙쏙.. 전설의 고향 밤중 숲 속 음향에 올빼미 우는 소리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소리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어둑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나 찾아보라는 신호인지..

소리 나는 곳을 가늠하니 그리 멀지 않으나 접근하기가 만만하지 않겠다. 

한번 가봐? 그냥 가? 간다고 볼 수 있을까? 모르는 척 앉아 있거나 훌쩍 날아가버리면..

이러저러한 갈등을 떨치고 산을 오른다. 

주변을 에돌아 산 위쪽에서 치고 내려와 접근한다.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짐작한 지점에 이르니 이따금 외마디 기척이 들린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보이질 않는다. 

이때 슬쩍 날아 멀지 않은 소나무 가지 위에 내려앉는다. 

날각지가 길고 허공을 미끄러지듯 비행한다. 

 

 

 

나뭇가지와 깃털의 색이 대단히 조화롭다. 저 자세로 고개만 웅크리고 은폐한다면 눈 앞에 있다 한들 발견하기가 쉽지 않겠다. 

예까지 왔으니 한번 보고 가라고 일부러 소리 내주고 슬쩍 날아 자세 잡아준 정말 착한 녀석을 오늘 만났다. 

귀하지 않으나 보기 어려운 녀석, 이렇게 또 뜬금없이 숙제 하나가 해결되었다. 

 

 

 

 

쏙독새는 야행성이다. 

입이 매우 커서 입을 쩍 벌리고 날아다니며 곤충을 사냥한다 했다.  

입 주위에 난 털은 먹잇감 사냥을 용이하게 하는 구실을 한다. 

공중을 미끄러지듯 유영하며 사냥하는 모습이 고래가 새우 사냥하는 방식과 유사하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