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 바꿔주!  쪽박 바꿔주! 쪽박 바꿔주소..

이렇게 우는 새가 있다. 내 귀에는 '홀딱 벗겨주'로 들리기도 하지만서도..

이 새 울음소리에 악독한 시엄씨와 불쌍한 며느리가 등장하는 옛이야기가 얽혀 있다.

아주 작은 바가지로 쌀을 퍼 밥을 하게 하고 그 밥을 누가 다 먹었느냐고 윽박지르던 시엄씨와 그 등쌀에 굶어죽은 며느리의 억울한 영혼.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새가 되어서도 "쪽박 바꿔주소" 하고 울겠는가 말이다. 

세월이 흘러 전세가 역전되었으니 머지 않은 훗날 며느리 구박에 죽어간 불쌍한 시엄씨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법도 하다. 

여튼 쪽박새라 불리기도 하는 '두견이'가 그 주인공이다. 

일단 소리부터 들어보시라. 




우렁차게 울어대지만 울창한 숲속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라 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나 사는 평지에서는 모내기 무렵 한창 바쁠때 울고 사라지는 통에 소리만 귓등으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언젠가 7월 중순 우연히 오른 덕유 주릉, 산지사방에서 울려퍼지던 두견이 소리를 들은 이후 언젠가 한번 맘 먹고 다시 오리라 다짐했었다. 

오직 두견이를 볼 목적만을 가지고.. 그리고 어제 비로소 두견이를 보았다. 맘 먹은지 6년만이다. 



휘파람새 소리 낭자한 곳에 홀연히 두견이 소리 울려퍼진다. 

두리번 두리번.. 한참을 더듬거려 드디어 찾았다. 떡 걸렸어 ㅎㅎ

주목나무 가지에 앉았다.  울창한 숲 사이로 딱 두군데서 시야가 확보된다. 

단 1분 남짓 짧은 시간 등산객 무쟈게 지나다니는 덕유 주릉의 소란 속에 본래의 습성대로 이내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정기적으로 흔하게 오는 두견이목의 새들은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 매사촌 그리고 두견이 해서 다섯종 정도가 된다. 

매사촌을 제외하고는 모습이 매우 흡사하여 구분하기 여럽고 모두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습성(탁란)을 지니고 있다. 

두견이는 주로 휘파람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한다. 탁란의 습성은 또 어찌하여 생겨난 것인지 자연 생태계에는 참으로 오묘한 질서가 있다. 

생김새의 유사성과 달리 각기 독특하고 뚜렷이 구분되는 울음소리 덕에 직접 새와 대면하는 현장에서는 혼동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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