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통에 호박 크듯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은 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몸소 실감해보기는 처음이다. 

그저께 지녁에 해묵을라다 말았던 호박이 이틀 사이에 큰애기 머리통만해져부렀다. 

그대로 늙은호박 되야부러라 하고 놔놓고 풀숲을 뒤져 주먹댕이보다 약간 큰 놈 하나를 땄다. 




칼을 받는 호박의 감촉이 좋다. 나박나박 잘도 썰어진다. 절반만 잘랐는데도 한냄비 가득하다. 

파, 마늘, 양파, 고추 각기 적당량 다지고 썰고..

냉동실 뒤져 하릴없이 매물라가던 돼야지고기 썰어 고추장에 버물러 먼저 익힌다. 

물 부어 끓이다가 맨 먼저 호박 넣고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나머지 몽땅 몰아넣고 자갈자갈 끓인다. 

고춧가루 좀 더 넣고 조선간장에 소금에 멜치, 새우 가루낸 것으로 간을 맞촸다. 

전라도식이라고 소개된 애호박찌개 끓이는 법을 참고하였다. 



하! 이걸 내가 끓였다 이거지..

거짓말 한개도 안보태고 진짜 맛있다. 찌개가 아니라 국밥이라 한다더니 그럴만하다. 

비계 많은데로 골라 넣은 돼지고기에 진덤진덤해진 국물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딱 좋다. 

한끼에 먹기엔 양이 맣다 싶었는데 밥 되기 기다리면서 맨입으로 한그릇 볼라불고..



밥반찬 삼아 묵다 아예 말아서 남지기 한그릇 뚝딱 싹 긁어부렀다. 

아~ 정말이지 혼자 먹기는 아까운 맛이었는데 말이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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