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에 여러 차례 들락거렸어도 동향면은 처음이다. 

수련회 장소에 도착해보니 뭐 이렇게 숭악한 산 고랑창이 또 있을까 싶게 사방이 산뿐이다.

이튿날 아침 수련회를 마치고 산을 탔다. 산속에 들어와 잠만 자고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차는 미리 산행 종점에 가져다 놓았다. 죽도 고개 말랭이에서 일행과 헤어져 산길로 접어든다. 

 

이번 산행에서는 전화기에 새로 설치한 '산길샘(나들이)' 앱을 특별히 사용해볼 요량이다. 

이 앱은 산길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고 기록자 역할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산 일대 지형도를 적당한 면적으로 잘라 미리 다운받아놓고 선행자의 트랙 파일을 설치하여 지형도에 표시되게 하였다.  

산행 시작과 함께 '기록하기'를 실행하면 나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되어 선행자의 궤적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길을 잃거나 엉뚱한 산길로 접어드는 것을 방지해주는 길잡이 기능이다. 

다른 한편 산행 궤적, 시간, 고도, 거리 등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이와 관련한 통계를 GPX 파일로 제공한다. 

사용해본 바 매우 훌륭하다. 더구나 공짜다. 앞으로 산행에 있어 중요한 동반자로 애용하게 되겠다.  

 

 

가지 앙상한 참나무들이 들어찬 산길을 쉬엄쉬엄 걸어온 것뿐인데 돌아보니 어느덧 깊숙이도 들어와 있다. 

고도 800미터가 넘는 산이라 하나 산 아래 평지가 300미터 이상인 고원 지대인지라 그닥 힘들이지 않고 정상 부근에 당도하였다. 

저 멀리 진안, 장수의 경계를 이루는 팔공산, 덕태산 등이 버티고 있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 

물줄기와 산줄기가 산태극 수태극의 형상을 만들어내며 굽이굽이 휘돌아간다.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덕유 주릉을 바라본다. 

장쾌한 덕유 주릉이 시원한 하늘과 맞닿아 있다. 

이번 산행에서 덕유 주릉은 마치 호위무사인 양 마지막 순간까지 듬직하게 나의 산행을 도왔다.  

 

 

진안 고산, 해발 875미터. 그런데 '산길샘'이 표시하고 있는 고도는 902미터로 실제와 25미터가량 차이가 난다. 

다른 봉우리에서 확인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실제에 맞게 교정하는 방법이 있을 듯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 

정상의 조망은 좋지 않다. 감투봉, 대덕산 등 오늘 지나게 되는 모든 봉우리들이 모다 마찬가지다. 

 

 

감투봉 지나 외송마을 방면으로 진행한다. 

본래 계획한 방향은 아니지만 그대로 대덕산 방향으로 진행할 경우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 보이던 마이산을 영영 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능선상에 불쑥 튀어 오른 바위가 있어 옳다 싶어 올라보았으나 마이산은 보이지 않고 용담댐 너머 운장산 방면 조망만 시원하게 펼쳐진다. 

재작년 겨울 고생스레 올랐던 구봉산이 손에 잡힐 듯 솟아 있다. 

 

 

실제로 가야 할 능선을 가늠해본다. 

능선 중간에 솟아 있는 암봉 '쉰질바위'가 보인다. 그 높이가 쉰 질이 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겠다 싶다. 

뒤쪽에서 접근해 올라야 하는데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몇 번이나 망설이며 올랐으나 오르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했다. 

이번 산행 최고의 조망처가 되겠다. 

 

 

 

 

 

다시 되짚어 돌아와 감투봉 부근에서 고덕산 방향 능선을 타고 쉰질바위에 올라 사방 경계를 살핀다.  

이짝저짝 막히는 곳이 없다.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마이산과 그 방면 산들이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용담댐 방면은 마치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다도해 풍경을 보는 듯하다.

진안 하면 떠오르는 마이산은 과연 진안의 상징적 존재라 할 만하다. 

다만 덕유산 주릉이 고산 정상부위에 가로막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무주 적상산이 한눈에 잡힌다. 

 

 

다도해 같은 풍경

 

 

대덕산은 고산에서 뻗어 내린 능선상의 한 봉우리 정도의 느낌에 불과하였다. 

용담댐이 만들어지기 전이었다면 사정이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으나 굳이 별도의 산 이름을 붙인 이유를 가늠하기 어렵다. 

대덕산에서 고산 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다 능선을 버리고 계곡으로 떨어지기 직전 오는 내내 함께 하던 덕유 주릉과 이별을 고한다. 

계곡을 내려와 산행 종점 대덕사 입구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진안고산대덕산.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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