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이름은 '민중연합당 농민비례후보 이대종', 많은 사람 앞에서 나를 소개하고 인사를 한다. 

오늘날 내가 있기까지의 과정과 각오를 출마의 변이라는 이름의 글로 정리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작성한 것이니 꽤 지난 글이 되었다. 

애시당초 먹은 마음 변치 않을 일이다. 




농민운동에 발을 내딛는 첫걸음을 1989년 가을 콤바인 옆구리에 붙어 마대를 잡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콤바인이 귀하던 때라 이슬이 내리지 않는 날이면 철야작업도 강행하던 시절, 숙달되지 않은 작업이 어찌나 힘들던지 꿈속에서도 마대를 놓지 못하고 씨름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시기는 또한 전농 결성을 앞두고 전국의 농민운동가들이 힘과 지혜를 모으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듬해 봄 전농이 결성되었고 저는 햇병아리 전농 회원으로 제 삶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7년, 세월이 꽤 흘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농촌 살림살이는 많이 윤택해지고 규모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의 한숨과 절망은 깊어만 갑니다. 
무엇보다 그 사이 수백만에 달하는 농민, 우리들의 정다운 이웃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수십년을 두고 누적된 개방농정과 살인농정의 결과입니다.

수세투쟁, 고추투쟁 등 농민 대중투쟁의 불길 속에서 탄생한 전농은 무수한 투쟁과 희생을 치르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한번 결심하면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대중투쟁에 대한 전농의 헌신은 2002년 30만 농민대회, 지난해 민중총궐기와 같은 기념비적인 투쟁을 성사시켜 농민운동을 넘어 민중운동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습니다.
이는 아스팔트 농사야말로 최고의 농사라는 전농 회원들의 일치된 신념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무수한 대중투쟁 속에서 전농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우리는 농민의 운명과 관련된 사소한 문제조차 법과 제도를 관장하는 정치인들의 손에서 녹아나는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절망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축적되어가는 대중투쟁의 경험과 교훈은 농민들의 정치적 각성을 촉진하였고,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전농 정치방침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전농은 아스팔트 농사에 더하여 정치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기 전농은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과 손잡고 농민정치세력화와 참다운 진보정치 실현을 위해 함께 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기갑, 김선동과 같은 걸출한 농민의원이 배출되었으며,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집권전략으로 투쟁하는 민중들의 희망의 푯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투쟁의 정점에서 쓰라린 패배와 시련에 직면했습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집요한 분열과 파괴공작, 종북공세로 내우외환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은 끝내 진보적 정권교체의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박근혜 정권의 희생양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은 박근혜 정권의 무한질주로 이어졌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야당은 도탄에 빠진 민중의 삶을 구원하고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서 아무런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헬조선, 흙수저 등의 신조어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게 나라냐?” 하는 탄식 속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농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얼어붙은 땅을 갈아엎어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민중총궐기를 제안하고 이를 본때 있게 성사시켜냈습니다. 
민중총궐기는 민중투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중총궐기가 구축한 민중투쟁의 새로운 토양 위에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심었습니다.

민중연합당은 민중총궐기가 만들어낸 당입니다. 
민중연합당은 민중들의 절실한 이해관계가 녹아 있는 민중총궐기 11대 요구안을 고스란히 받아안고 있으며, 이의 실현을 위해 가장 앞장에서 싸워온 농민, 노동자, 청년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민중연합당은 농민의 당이자, 노동자의 당, 새세대 청년들의 당입니다.

민중총궐기가 오늘날 민중투쟁의 이정표가 되었듯 민중연합당은 사라져버린 진보정치의 새로운 씨앗이 될 것입니다.
민중연합당은 종말을 고해가는 지역주의 정치, 명망가 대리정치의 폐허 위에서 “농민은 농민에게”, “노동자는 노동자에게” 투표하여 진정한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는 참다운 계급정치를 실현하며 이의 총화로서 민중의 직접정치를 구현해나갈 것입니다.

전농은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심판과 진보정치의 새로운 토대 구축, 농민의원 원내진출을 총선 투쟁의 목표로 정했습니다. 
저는 민중연합당의 창당과 농민후보 출마, 농민비례대표 배치 등의 조치야말로 전농 대대방침을 현실에서 실현해나갈 가장 적극적이며 강력한 실천적 방안이라 확신합니다.

농사중의 최고 농사는 아스팔트농사, 그리고 정치농사입니다. 
총선을 앞둔 지금 우리의 기치는 “민중연합당은 농민의 당! 농민대표를 국회로!!”가 되어야 합니다. 그 길에 5명의 정치농사꾼이 나섰고 그 속에 제가 있습니다.
농민부문을 대표한 비례후보로 추천되고 배치된 것은 저에게 있어 무한한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농민부문을 대표한다는 것이 몹시 부담스럽지만 이것이 나의 지난날 농민운동 행적에 대한 신뢰의 표현일 것이기에 이를 기꺼이 받아안고 최선을 다해 저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겼습니다. 
이는 선거전에 나선 모든 농민후보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11월 14일 운명의 그 시각, 물대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시던 백남기 회장님의 태산같은 발걸음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껏 전농과 동지들을 믿고 농민운동의 한길을 걸어왔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생도 농민운동에 깡그리 바치겠다는 신념과 각오를 다잡아봅니다. 
전농과 함께라면, 동지들과 함께라면 무엇이 두렵고 못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새누리 독재권력에 맞설 진짜야당, 민중의 직접정치를 실현할 진짜배기 진보정당 우리 모두가 한마음 되어 키우고 북돋아갑시다. 
그리하여 농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고 민중이 권력의 주인이 되는 참 해방세상의 길로 뚜벅뚜벅 함께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