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홍규 화백] 농민만평




[사설] 미국산 쌀 수입하면서 우리쌀 감산이라니



민중의 소리


박근혜 정부가 쌀값폭락에 따른 쌀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월 말 식량산업 업무담당자 워크숍을 열고 쌀 과잉공급에 따른 수급안정을 위해 향후 3년간 지속적인 감산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당면한 올해의 감산목표로 재배면적 3만ha 축소를 제시했다. 이는 15만톤 가량 감산을 목표한 것으로 보인다.


특강에 나선 이동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농정의 특징 중 하나가 미리 정해진 계획을 가지고 있어 예측이 가능했다는 점”이라면서 쌀 관세화를 통해 쌀 수입량을 동결시킨 조치야말로 안전한 쌀 산업 보호를 위한 ‘어려웠지만 힘든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관세화 개방이 아니었다면 매년 늘어나는 의무도입량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궤변에 불과하다. 절대다수 농민들과 수많은 관계 전문가들이 추가적인 수입증가 없이 관세화 개방도 유예하는 ‘현상유지’가 가능함을 역설하였고 필리핀 등 외국의 사례까지 찾아주며 정부를 설득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자체를 포기하고 스스로 쌀시장 전면개방(관세화 개방)을 선포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결과는 참담했다. 정부는 풍년농사로 쌀이 남아돈다면서도 미국산 밥쌀을 사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수한 지탄과 비난에 직면한 정부는 513% 관세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관세화 개방 조치가 불러온 참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산 밥쌀 수입이야말로 지난해 쌀값파동의 주역이며, 농민총궐기 투쟁을 불러온 핵심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직 국내산 쌀의 과잉생산만이 문제라고 말한다. 본질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정부의 인식은 주기적인 쌀 감산정책을 불러온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수입량을 줄여 자급률을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수입쌀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고 설설 기면서, 제 나라 농민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너무 많이 생산해서 문제라고 으르렁대니 굴러온 돌을 위해 박힌 돌을 빼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가 예측 가능하다는 장관의 말은 틀리지 않다. 정부는 미국 농식품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한국농민의 뼈골을 우려내다 못해 아예 내쫓으려 하고 있다.


피땀흘려 지은농사 제값 받는 것은 고사하고 이제는 숫제 죄인 취급이다. 풍년농사를 지어놓고도 풍년가를 부르지 못하는 농민들의 처지가 참으로 기구하다. 영농철을 앞두고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심하고 있을 농민들에게 이제는 쌀농사조차 짓지 못하게 하다니 정녕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아스팔트 농사, 정치 농사, 선거 농사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서 기인한다. 누구 하나 농민을 위해 싸우지 않는 답답한 정치판을 갈아엎는 것이야말로 농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농촌의 민심은 농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뚫어줄 시원한 한줄기 바람과도 같은 참신한 정치세력,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