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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이야기

가을 붕어찜

농사꾼 조선낫 2018.09.11 12:55

여름 끝자락, 아니 인자 가을이다. 
하늘로만 오르던 능소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고, 저녁 노을은 붉게도 탄다. 
어젯밤 꿈에 나오신 어머니, 부석짝 허적이며 군불 때셨다.
완연한 가을이다. 

농민총회 준비하고 치르느라 고생한 영태가 홀연히 장비 챙겨 밤낚시를 다녀왔다.
4짜 넘는 것들 다 떨키고 33짜리 겨우 하나 건졌다고..
어머니 해드리락 해도 기필 나를 줬다.
손질하면서 꼬랑지 쳐부렀더니 영 볼품 없다.
꼬랑지는 남겨둬야제 못쓰겄다.  
삐친 듯 보이던 붕어가 손질해 놓으니 슬퍼 보인다.

둠벙 속 물고기 건져올리는데는 귀신인 동네 형님, 물고기 지지는 데도 타인의 추종을 불허한다.
동네 사람들은 이 냥반 죽으면 둠벙 속 물고기들 잔치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 형님 붕어 한마리 얻어왔는디요. 
- 먹자.
- 멋멋 있어야요?
- 실가리는 없제? 묵은지 있으먼 싯처서 당가놓고 무시 째깐헌거 하나만 있으먼 돼야..
- 차말로 그거먼 된다요?
- 문 벨 것 있다냐

하여 나는 묵은지 싯처서 당가놓고 무시 째깐헌거 하나 사왔다. 
먼저 양념장을 만들더라.
된장, 고추장, 간장, 다진마늘 몽땅, 고춧가루 솔찬히 넣고 물 약간 부어서 버무린다. 
된장이 한숟갈이라면 고추장은 두숟갈, 고추장이 너무 들어가면 시원한 맛이 없어지니 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한 맛을 돋운다.  
생강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 생략, 들지름을 넣야는데 없으니 찬지름..
들지름을 넣어야 비릉내, 회금내가 잡힌다 한다. 
형님이나 나나 비릉내, 회금내 잘 모르니 통과..
이렇게 준비된 양념장을 손으로 짝짝 찢은 묵은지와 버무린다. 

무시 적당한 굵기로 썰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양념장에 버무린 묵은지, 그리고 붕어를 얹는다. 
붕어는 칼집을 내서 양념이 속속들이 백이게 하고..
물을 적당량 부어주면 준비 끝. 
실로 간단하군..

팔팔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차분히 졸인다.
간 다시 봐서 짜면 물 좀 붓고 싱거우면 간을 맛춘다. 
끓이는 동안 소주 반병나마 부어 잡내를 잡는다. 
그리고 설탕 눈꼽만치 넎는다.

- 문 설탕을 다 는다요? 
- 설탕이 맛을 하나로 융합시킨다이..
- 회금내 땜시 머리는 띠어낸다는 사람이 있습디다. 
- 머리 속에 얼매나 먹을 것이 많이 들었는디 너는 뭔 소리를 허냐? 회금내가 정 거시기허먼 아가미만 띠어내문 돼야.

다 되얐다.


붕어 먹는 법을 강의한다. 
- 붕어찜이 나오면 일단 머리를 띠어서 슬그머니 앞접시에 건져놓아라. 
- 뱃진데기 살이 맛있응게 거그부터 볼라라. 
- 살만 띠어내서 먹지 말고 짓이겨서 국물과 버물러 묵어라.
- 턱밑살은 비늘이랑 같이 씹어도 맛나다. 
- 머리에는 볼테기살, 혓바닥, 눈알, 골수.. 진짜 맛있는 것들은 거가 다 있다. 

시키는대로 따라하며 붕어찜의 새로운 경지를 맛본다. 
- 아따 진짜 맛나요. 그나 이로고 먹을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랑가 모르것소. 
- 너만 모르제 다 그렇게 먹어

그렇구나. 나만 물랐구나..
술병 쌓여가고 가을밤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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