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여 만에 나선 정맥 길,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장안산 구간을 함께 했던 수정이와 딱 2년 만에 함께 했다.
아침 여덟 시 살짝 넘긴 시각 호남 제일문, 꽤 일찍 만났다 생각했건만 점심 무렵이 다 돼서야 서구이재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하산 지점인 신광재에 미리 차를 갖다 두었다.
계남 친구가 신광재에서 서구이재까지 우리를 옮겨주었다. 

여기는 어디쯤일까? 아마도 천상데미 전망 팔각정, 팔공산 덩어리와 이 짝 산은 때깔이 다르다.
천상데미 아래 계곡에는 섬진강의 발원지가 되는 데미샘이 있다. 
어! 왜 벌써 천상데미가 나오지? 덕태산 너머에 있었던 것 아닌가? 
착각이라는 걸 알았다. 나름 기행문(2013/10/27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과 선각산의 가을 풍경)까지 남겨놓고..
5년 전이었군, 잊을 만도 한가?

때깔 다른 산 사이 보이지 않는 움푹한 곳, 그곳에 서구이재가 있다.
빠르게 왔다.
앞서가는 수정이 발걸음이 거의 날다람쥐, 건각을 쫒는 노각이 꽤나 바쁘다.

지난주만 해도 구절초가 대세였는데 이제 구절초는 쇠퇴하고 용담이 한창이다. 

저 멀리 지리산, 오늘은 지리산이 안 보인다 했더니 너무 가깝게 보여 착각했다. 
만복대가 두드러져 보이는 건 여전하다.

가야 할 길.
삿갓봉을 중심으로 외약짝에 선각산, 오른짝으로 정맥이 이어지고 덕태산 시루봉, 시루봉 직전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정맥 길은 오른짝으로 급변침 하강한다. 

오계치 내리막길, 내리막 산길에서 건너편 봉우리를 보는 건 무시무시한 일이다.
저길 또 어떻게 오르지? 하지만 막상 고갯마루에 도착하면 산은 한결 낮아 보여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하지만 오계치에서 삿갓봉에 이르는 구간은 실제로 가팔라 한바탕 땀을 쏟아야 한다. 
이 구간부터 앞서가던 건각 수정이 발걸음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연륜의 노각이 힘을 발휘한다. 

삿갓봉 아래 조망대에 팔각정이 있고 그 앞에는 너럭바위가 있다. 
오늘 산행을 통틀어 최고의 조망처. 
가을 타는 처자의 눈길이 향한 곳은 어디일까?
안 물어봤다. 

팔공산과 선각산이 한 덩어리가 되어 품어 안은 깊은 계곡, 여기에서 섬진강이 발원한다. 
내 눈에는 보이나 설명하기 어렵고 귀찮은 곳, 거기에 데미샘이 있다. 

지리 주릉

가을의 전령, 구절초

삿갓봉은 이미 지났다. 
오른짝 봉우리가 선각산 정상. 

이제 덕태산이 가까워졌다. 
이번 정맥 길에서는 선각산, 덕태산 모두 정상을 비켜 스쳐간다. 
덕태산 초입 시루봉이 오뚝 솟았다. 
오른짝 아래 허옇게 보이는 고랭지 채소밭 사이로 정맥길이 이어진다. 
그러니 시루봉 뒤로 살짝 보이는 산이 진안 성수산. 

발아래 와룡 자연휴양림, 저 멀리 덕유산.

가을 속으로..

시루봉 조망, 조망이 터지는 시루봉은 정맥에서 살짝 벗어나 덕태산 정상 방향으로 300여 미터 가야 한다. 
귀찮거나 힘들더라도 꼭 들러가야 할 일이다. 
시원한 조망이 보상하리니..
호남의 산에서는 계속 지리산이 보이는가 안 보이는가, 어느 방향에 있는가를 따져보고 가늠해보게 된다. 

눈 앞에 덕태산 정상, 그 너머로 아직은 알아볼 수 없는 전북의 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단번에 알아본다, 마이산.
다음번에는 마이산까지 가게 되겠군.
저 멀리 운장산

가을이 물드는 산, 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단풍 상태가 좋지 못하다. 

전북의 산군

신광재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마이산을 다시 본다. 

외약짝 귀영탱이 금남호남정맥 분기점 영취산이 살짝 보이고 장안산, 사두봉, 신무산, 선각산으로 이어지는 정맥 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선각산에 가려 팔공산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저 멀리 지리산. 

신광재에 펼쳐진 고랭지 밭, 작물이 없어 스산하다. 
채소밭 사잇길로 정맥이 이어진다. 
오늘 산행 끝. 

서구이재 출발 지점에서 장수 농민회 계남 지회장과 함께..
나하고 동갑 자리지만 산중에서 고생한 탓에 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 ㅎ
이 사진은 10년 후에나 전해주기로 했다. 

금남호남정맥 서구이재-신광재.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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