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어느 해 겨울 통영에서 석달살기를 했더랬다. 
손 꼽아 헤아려보니 무려 16년 전..
통영에서 하룻밤, 이런 저런 옛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 
분에 넘치는 잠자리 박차고 어둔 새벽길 달려 사량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장엄한 아침 노을, 뜨는 해를 보며 사량도에 도착.
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버스가 곧바로 출발한다. 
섬의 서쪽 돈지에서 내려 산줄기를 밟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된다.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 주먹 불끈 쥔 이승복 어린이 의연한,
사량초 돈지분교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폐교된 지 무려 7년, 절반 나마 찢겨 너덜너덜해진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매화가 방긋, 객을 반긴다. 





높지 않은 산, 금새 능선에 당도한다.

남해 방면 능가도, 수우도..

이리 보니 산중, 횡간성령측성봉 원근고저각부동이라..

눈 아래 대섬, 산길 내내 신비롭게 시선을 잡아끌던 저 건네 두미도 천황산. 



아찔한 고도감, 보는 사람이 더 찌릿 짜릿..

지리산에서 지리산을 본다, 하여 일명 지리망산.
바다 건너 와룡산, 저 멀리 지리산, 외약짝 끄트머리 금오산.





칼날 능선을 지나 불모산 달바위, 왜 달바위인지..





저기가 달바위

여기는 가마봉

다리 건너 사량도 아랫섬. 

가마봉, 예서 보니 그 이름 알 만하다.  

바위종다리를 본다. 
새들의 아련한 시선.. 참 좋다. 

여가 아닌개벼..

여그도 아니고..

옥녀봉, 의붓아비의 욕정을 피해 몸을 던진 옥녀의 전설이 전한다. 
옥녀봉 지나 산행 마무리..

옥녀가 이처럼 고왔을까?
철 없이 진달래가 피었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
잊지 못해서 찾아오는 길
그리워서 찾아오는 길
꽃잎에 입맞추며 사연을 주고받았지
지금은 어데갔나 그시절 그리워 지네
꽃이 피면은 돌아와줘요
새가 우는 오솔길로
꽃잎에 입맞추며
사랑을 속삭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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