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조선낫의 세상살이

30년 되야가는 고향 친구들 모임 1박 2일.

올해는 속리산 인근으로..

농민회 일 핑계 삼아 밤 늦게사 합류했으나 술도 안묵고 맨숭맨숭. 

인자들 늙어가는가? 밤새 푸고 아침에 또 푸던 술푸대들이 찔끔찔끔 몸을 사린다. 
하긴 아예 입에도 안대는 내가 젤로 문제다. 

나는 지금 금주중, 섣달 초하룻날에나 다시 잇대기로 작정해 뒀다.  

한번 작정하면 천하 없어도 안먹는지 아는지라 술 먹으라 권하는 놈도 없다. 

월남뽕 치다 순식간에 판이 커져 판돈이 100을 넘으니 돈 다 돌려주고 판을 아예 접어버린다. 

진짜 늙었군.. 재미 하나도 없다. 

이렇듯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으나 할 일 없기는 매 한 가지..

 

또랑 가상 나비나 새 둘러볼 요량으로 사진기 챙겨 들고 할랑할랑 길을 나선다. 

그러고 보니 몽골 다녀와서는 사진기를 손에 잡지 않았다. 

산은 그만두고 들길도 걸어보지 못했다. 

나비고 지랄이고 마구 걷는다. 

걸음은 자연히 산으로 향하고 들길은 산길로 접어든다. 

'묘봉 3.1km' 이정표를 본다. 가? 말어?

것 참.. 묘하게 사람을 잡아끈다.

망설이는 맘과 달리 몸은 어느새 산에 안긴다. 

묘봉이라.. 토끼? 고양이? 묘하게 생겨서 묘봉일까?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무념무상의 상태로 접어든다. 사색도 싫다. 

그저 산이 좋지요.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산길은 편안했고 몸은 가벼웠다.

내친걸음 능선 타고 문장대 지나 법주사로 내려갈까 했으나 길이 막혀 있다. 

속리산은 참  금지된 산길도 많다. 

묘봉까지만 가자. 합법적으로 살아야지.. 

 

묘(妙)하게 생겨 묘봉이라네
묘봉은 암봉이다. 

저 멀리 백두대간, 대간이 나를 부른다. 

3월, 속리산 구간을 지나 꽃피는 봄날 쩌기 멀리 아스라한 대간길을 걸었더랬다. 

서명작업 얼른 마치고 다시 올란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그리고 가을, 겨울 틈틈이 이어가야지. 

올해는 마칠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생각 같아서는 내내 산만 타고 싶다.

하루 점드락 산을 타고 그 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타고 또 타고..

 

내려오는 길, 버섯의 생로병사를 본다. 

 

아교뿔버섯, 맞는 것 같다.  
보라싸리버섯, 먹는것인갑다. 
망태버섯(노란망태말뚝버섯), 대밭에만 있는것인 줄 알았다. 
야는 통 모르겄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치며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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