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못다 가고 도중(고모치)에 내려온 곳은 괴산군 청천면, 나를 데리러 오는 청주 미원 사람 "지금 청천면 소재진데 40분 더 가야 한다" 말한다. 

면 내에서 40분을 달린단 말인가? 알고 보니 청천면이 무지하게 크더라. 증평군보다 크다던가, 맞먹는다던가..

집으로 가자는 것 마다하고 면 소재지 근처 여관에 짐을 풀었다. 

 

 

오늘은 뱃구레 든든한 산행을 해야지. 

평소 먹지 않는 아침을 먹는다. 올갱이국 좋다. 김밥도 세줄 사고..

출발이 사뭇 좋다. 

 

다시 고모치로 오르는 길, 영업을 중단한 거대한 석산을 지난다. 

포크레인이야 덤프차야 각종 중장비들이 방치된 체 고철이 돼가고 있다. 

그래도 얼추 복구는 마친 듯 바위를 파먹던 산이 그리 흉하게 보이지 않는다. 

 

돌배나무
노랑턱멧새

꽃도 보고 새도 보며 할랑할랑 산길을 간다. 

돌배나무 꽃은 강한 향기를 내뿜더라. 

다시 산길로 변해가는 석산 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작은 계곡들이 여기저기서 합수되는 곳, 나는 여기에서 길을 잘못 잡고 말았다. 

잘못 가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다시 돌아갈 맘이 도저히 들지 않는 거리를 오고 말았다. 

그대로 오른다면 '마귀할멈 통시바위' 쯤 되겠다. 

고모치에서 통시바위까지 대략 1km를 건너뛰는 꼴이 된다. 

잠시간의 갈등.. 그럴 수 없다. 대간을 온전히 이어가야지..

무엇보다 내 마음 속에 흠집을 남겨서는 안 되겠다 생각되었다.

 

 

길을 버리고 비탈에 달라붙어 고모치 방향으로 나름 직진한다. 

능성이 하나만 넘으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 

힘들게 대간에 근접했다. 조항산이 눈 앞에 보이고 그 아래 움푹 꺼진 곳이 고모치가 되겠다. 

고생 끝에 도달한 곳은 고모치와 통시바위 중간지점, 배낭 벗어놓고 물통, 사진기만 들고 고모치로 간다. 

 

 

고모치 고갯마루 거목 그루터기에 피어난 노랑제비꽃을 증거로 남기고 샘에서 물을 채워 다시 길을 나선다. 

 

 

마귀할멈 통시바위, 마귀할멈이 용변 보는 곳이라는 말이겠다. 

망구가 심술을 부렸나? 바위에 올라서던 걸음 기우뚱하면서 어찌 되었는지 지팡이가 부러지고 말았다. 

a/s 보냈더니 한번은 공짜로 해준다고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나 조망 좋다. 

점심때가 되었다. 출발이 늦기도 했지만 길을 잘못 든 탓이 크다. 

통시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다시 일어나기가 싫을 만큼 한참을 앉아 쉬었다. 

 

각시붓꽃
노랑제비꽃
생강나무
태백제비꽃

 

고깔제비꽃

 

유리딱새

 

오소리굴

 

꽃도 보고 새도 보며 느리게 걷는다. 

남녘에서는 이미 지고 없는 생강나무 꽃이 아직도 싱싱하더라. 

노랑제비꽃이 얼마나 지천으로 깔렸는지 오히려 다른 제비꽃이 귀하게 여겨진다. 

봄날의 백두대간에서는 좀체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대야산이 가까워지면서 바위가 많아지고 조망이 팡팡 트인다. 

저기 멀리 속리산 줄기 아스라하고 청화산, 조항산을 지나며 걸었던 대간 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고지가 저기 보인다. 

 

 

대야산 정상은 사진기를 들이댈 곳이 없더라. 

 

 

지나온 길 다시 한번 더듬어보고..

비탐구간으로 들어선다. 

 

 

이른바 비탐구간을 지나 촛대바위에 앉아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고릴라 닮은 산, 직벽 구간이 있어 그 위험성으로 하여 탐방 금지 구간으로 묶어뒀다 한다. 

속리산 문장대 지나 밤티재에 이르는 비탐구간과 같은 이유이고 난이도도 유사하다. 

약간의 안전시설이면 누구나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 텐데 직벽 구간의 밧줄들이 낡고 어지러웠다.

비탐 구간으로 묶어두는 것이 오히려 위험성을 높인다. 

가지 말라면 가지 말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대간을 잇는 사람들 또한 다들 이유가 없지 않다. 

진정 안전을 생각한 조치라면 구간을 개방하고 잘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미륵바위였던가? 

부러진 지팡이를 대신할 마춤한 짝을 만났다. 제법 손때가 묻었다. 

지팡이를 하나만 짚자니 영 어색하더니 훨 낫다. 

사람 버릇이라는 게..

 

 

여기는 곰넘이봉, 대야산이 멀어지고..

 

 

버리미기재 너머 이어가야 할 대간 줄기가 눈 앞에 성큼 다가와 늘어선다. 

하얀 바위 가득한 희양산 하며 겹겹이 늘어선 산들.. 

아이 좋아라..

 

 

꽃 피면 그 향에 취해 쓰러지겠다. 

은방울꽃 향기는 남성들이 더 잘 맡는다 한다.

정자를 유인하는 난자가 방출하는 물질과 같은 성분이 은방울꽃 향에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은방울꽃 향을 맡지 못하는 남성들은 불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라는데 먹으면 죽는다 하니 먹지는 말자. 

 

 

쩌 봉우리만 넘으면.. 이번 구간의 굴곡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움퍽짐퍽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버리미기재. 비탐 구간을 타는 비법적 산꾼들을 감시하는 초소가 있다. 

오늘날 버리미기재는 초소를 지키는 요원들을 버러미기고 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미원 늑대를 기다린다.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아~ 

아니지, 와주는 게 어딘가.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

 

고모치삼송리버리미기재20190421.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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